'제3자 특검·국민 눈높이'…'매직넘버 8' 붕괴 땐 '전면전'

윤·한 갈등 진원지 '채상병 특검법' 25일 상정
친윤계 "당대표 아닌 원내대표 의견 따라야"

입력 : 2024-07-24 오후 5:07:25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과 동시에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추진과 김건희 여사 수사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습니다. 이른바 윤·한 충돌의 진원지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건데요. 양측 모두 겉으로는 '당정 원팀'을 강조하고 있지만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이 192석을 차지하고 있는 국회 구성상 '8표'라는 숫자가 윤·한 충돌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필요한 이탈표가 여기에 해당하는데, 이른바 매직넘버인 '8표'가 붕괴되면 양측의 전면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홍철호(왼쪽) 대통령실 정무수석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역린 건드린 한동훈…친윤계 반발 '개시'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4일 한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윤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며 "대통령께서는 입법 폭주 거대 야당에 발목이 잡혀있기 때문에 여당과 정부가 한 몸이 돼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번 강조하셨다"고 전했습니다. 
 
한 대표도 "어제 대통령과 통화에서 당내 화합과 단결을 이끌면서도 (대통령실과) 대화와 타협하는 좋은 정치를 하겠다는 포부를 말씀드렸고 (대통령도) 격려해 주셨다"고 답했습니다. 신임 지도부 출범에 따라 '당정 원팀'을 강조한 건데요. 
 
하지만 현충원 참배로 당대표 취임 공식 일정을 시작한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제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 대표는 '탄핵의 길'이 열린다는 대통령실과 친윤계(친윤석열계)의 반발에도 그간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다만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특검법 당론 채택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는 민주적 절차를 지키는 정당이고, 우리 당이 가진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잘 설명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직 인선 방향과 관련해서는 "국민께 더 잘 봉사할 수 있는 정당, 경청하고 설득하고 설명을 더 잘할 수 있는 정당, 미래로 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우리 당에 계신 많은 좋은 분과 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과 당직 인선 방향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인 건데요. 그럼에도 한 대표가 지난 23일 검찰의 김 여사 수사 방식에 대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말한 직후 친윤계는 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판단한 모양새입니다.
 
친윤계인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특검을 두고 지금 겉보기에도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의견이 다른 것이 명백한데, 이럴 경우 원내대표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것이 당의 원칙이자 명백한 규정"이라고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김민전 최고위원도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대표가 이래라저래라 할 얘기는 아니다"라고 직격했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5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 관련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는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한 갈등 땐…'특검·탄핵·개헌' 후폭풍
 
결국 윤한 갈등의 진원지는 채상병 특검법이 될 전망입니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이 불가피한데요.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실 입장에서는 한 대표를 패싱하고 추경호 원내대표와 직접 소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갈등의 분수령은 매직넘버 8표에 달렸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본회의에 부의된 법안에 대해 순차적으로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재표결이 필요한 채상병 특검법을 25일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때 여당에서 이탈표가 8표만 발생해도 책임론을 둘러싼 갈등이 예고되는데, 이때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의 균형추는 붕괴될 것으로 보입니다.
 
채상병 특검법으로 양측의 '전면전'이 발생하면 후폭풍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입니다. 한 대표가 '국민 눈높이'를 강조한 만큼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200석) 찬성이 필요한 윤 대통령 탄핵 소추안과 개헌도 친윤계가 저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다만 양쪽 다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한 대표도 당분간 전당대회 기간 갈등을 우선 봉합하고,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 추진도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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