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시행으로 금융당국의 조사권이 강화되지만 처벌도 더 세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기 행위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사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이 내달 15일부터 시행됩니다.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험금의 허위 청구나 고의사고 등 보험사기 행위 조사에 필요한 요양급여 내역, 산재보험금의 부당이득 징수에 관한 자료 등을 확보국민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 등 관계기관에 요청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터넷 포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도 불법게시물 게시자의 접속정보 등 관련 자료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게 됩니다. 보험사기 알선·권유·유인 또는 광고 행위로 의심되는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요청 또는 경찰청에 수사의뢰할 예정입니다.
수사기관의 의뢰에 따라 입원적정성을 심사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경우 병력·건강상태 등 환자 개인의 특성과 입원치료의 유효성, 필요성 및 의학적 타당성을 고려한 입원적정성 심사처리기준을 마련하고 그 내용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홈페이지에 공고하게 됩니다.
보험사는 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보험사기 행위로 보험료가 부당하게 할증된 사실을 확인한 경우에는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에게 자동차보험의 보험료가 부당하게 할증된 사실, 부당하게 할증된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과 그 환급절차 등의 사항을 고지해야 합니다. 이는 보험사들이 2009년부터 자발적으로 시행하고 있던 것을 제도화한 것입니다.
앞으로 과건은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 문제입니다. 보험사기는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기 때문에 처벌수위는 편취 금액 기준으로 정해지지만 가중처벌 기준은 일률적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일반사기에 비해 실형 확률도 3분의1 수준으로 낮았습니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기징역인 실형이 선고되는 비중은 일반사기가 60.8%인데 보험사기는 22.5%에 불과합니다. 실형에 비해 가벼운 처벌인 벌금형 또는 벌금형 집행유예는 일반사기가 7.5%인 반면 보험사기는 39.6%로 5배가 넘게 차이납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늘어났습니다. 같은 기간 적발인원은 10만9522명으로 6.7% 증가했습니다.
갈수록 보험사기 규모가 커지고 가담 인원도 늘어나고 있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보험사기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사기범죄 양형기준에는 일반사기와 조직적 사기 유형만 있는데 보험사기를 새롭게 포함시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확정은 내달 이뤄질 예정입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하태헌 변호사는 "보험사기는 양형 기준이 따로 없는 범죄 중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벌금형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양형인자에게는 유형을 분류해 가중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험사기가 조직적·지능적으로 진화하면서 금융당국의 조사권이 강화되는 가운데 양형기준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가 군 특수부대 전역자 주축 후유장해보험 사기사건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