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검찰은 정치·언론계 인사들 다수를 통신조회한 것에 대해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면서 "'사찰' 내지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4일 출입기자단에 발송한 입장문을 통해 "대선 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부터 피의자 내지 핵심 참고인들의 통화내역에 대한 통신사실확인자료제공요청허가서(통신영장)를 발부받아 이를 집행했다"며 "피의자 및 참고인들의 통화 상대방에 다른 언론인과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어 가입자 조회가 이뤄진 것일 뿐 사찰 내지 표적 수사라는 주장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통신영장 집행을 통해 확보한 통화내역에 통화 상대방의 전호번호만 기재돼 있어 이 전화번호들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단순 통신가입자 조회'를 실시했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가입자 인적사항과 통신 가입·해지일시 정도를 확인했고, 조회 범위에 통화내역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소재 서울중앙지검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검찰은 또 올해 초에 이뤄진 통신조회 사실을 뒤늦게 통보한 것에 대해선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어 법정 통지유예 시한에 맞춰 통지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중앙지검은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고, 통신 수사 중인 사실과 수사목적이 알려지면 피의자 등에게 그 내용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며 "증거인멸 등 공정한 사법절차 진행을 방해할 우려 등의 사유가 있어 전기통신사업법의 규정에 따라 통지유예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의2 제2항에 따라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사실은 제공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통지돼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증거인명 등 우려가 있는 경우 3개월 범위 내에서 2차례 유예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앙지검은 그러면서 "가입자 확인 절차는 통신수사를 병행하는 수사절차에서 당연히 행해지는 적법하고 정당한 절차"라며 "최근 법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하는 취지로 판시한 사실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일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통신조회 기관은 서울중앙지검, 통신조회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라고 명시됐습니다. 문자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내용은 1월 초쯤에 통신정보를 제공했고, 7개월이 지난 8월에야 이 사실을 통지한다는 겁니다. 문자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 언론인 등에게 전송됐습니다. 특히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검찰이 통신조회를 한 인원은 3000명에 달하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검찰이 정치·언론계 인사 3000명의 통신정보를 조회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자 자유언론실천재단·동아투위·조선투위·80년해직언론인협의회·새언론포럼·언론비상시국회의 등은 언론단체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검찰발 공안정국의 신호탄"이라며 "윤석열정권의 '호위 무사'로 전락한 검찰은 언론인 '통신사찰'에 대해 즉각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깨어 있는 시민들과 함께 '정치 검찰'의 공작적 정치사찰에 맞서 전면적 공동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