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검찰이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를 대상으로 통신조회를 벌였는데, 그 숫자가 3000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통신조회 대상엔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일부 언론사 대표들도 포함됐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치권과 언론계를 대상으로 공안정국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공동 대응에 나설 방침입니다.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 2일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다수의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통신조회 기관은 서울중앙지검, 통신조회 자료를 제공받은 자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로 명시됐습니다. 문자에 공통적으로 포함된 내용은 1월 초쯤에 통신정보를 제공했고, 7개월이 지난 8월에야 이 사실을 통지한다는 겁니다.
검찰로부터 이런 문자를 받은 사람은 3000명에 달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A씨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검찰로부터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받고 검찰에 확인했더니 '(특정 사건의) 피의자와 참고인 중에서 전화번호가 있는 사람을 조회했다'고 하더라"면서 "검찰이 통신조회 인원은 3000명이라는 식으로 말해서 너무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내가 어떤 사건에 관련된 건지, 피의자인지 참고인인지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전화번호 소지자의 성명을 파악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의 이재명 전 대표, 추미애 의원 등도 검찰로부터 해당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 전 대표는 3일 페이스북에서 "통신조회가 유행인 모양인데, 제 통신기록도…"라는 글을 올리고, 검찰에서 받은 통신이용자정보제공 사실 통지 문자 내용을 캡처해서 올렸습니다. 추미애 의원은 "정치 검찰의 사찰이 도를 넘었다"고 했습니다.
(사진=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이란 수사기관이 통신사업자, 포털사이트, 오픈마켓 등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특정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보통 형사사건에서 특정 피의자와 관련된 사람을 조사할 때 많이 사용됩니다.
즉 검찰은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가 담당하는 수사와 관련해 정치권과 언론계 인사들의 통신자료를 대량으로 조회했다는 겁니다. 현재 반부패수사1부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관한 의혹보도를 한 정치권과 언론을 상대로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조작 의혹 및 대선 개입 논란'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이번 통신조회도 윤 대통령 사건과 관련된 걸로 보입니다. 정치권과 언론계는 검찰이 윤 대통령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공안정국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공동 대응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2024년 1월4일 새해 업무 첫날부터 도대체 정치검찰은 무얼 턴 겁니까? 이재명 대표님을 비롯하여 주위에 같은 문자를 받은 분들이 많던데"라며 "이 대표님 후원계좌에 입금한 분들(저 포함) 계좌 털었다고 문자를 받은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통신조회 문자까지. 이 무도한 정치검찰의 수사남용을 반드시 뿌리까지 다 뽑아내겠다"라고 했습니다.
자유언론실천재단 측은 "내부적으로 '3000명이라는 숫자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면서 "언론노조가 노조원과 언론단체를 대상으로 검찰에서 문자를 받은 사람들의 숫자를 조사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언론계 인사는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리는 방안이 검토되는 걸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기통신사업법은 통신 조회를 한 이후 그 사실을 조회를 받은 당사자에게 30일 내로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통지를 유예할 수 있는 조항도 있습니다. △국가 안전보장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자 생명·신체를 위협할 우려가 있는 경우 △증거인멸·도주·증인 위협의 우려가 있는 경우 △사건관계인의 명예·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조사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의 사유입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