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이원석 검찰총장이 마지막 카드로 '수심위'를 꺼낼 것인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수심위는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의 시선, 검찰 내부의 갈등이 있을 경우 민간 전문위원에게 수사 절차와 결과에 대해 점검을 받는 겁니다.
최근 김 여사 수사를 놓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보고를 누락했으며, 이 총장의 대검찰청 감찰을 지시하자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공개적으로 반발을 표시하는 등 갈등이 불거지자 '명품백' 사건은 수심위 소집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이 총장이 마지막 카드인 수심위를 꺼낼지 주목되는 겁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7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막바지 다다른 김건희 여사 수사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김 여사에 대한 혐의 적용만 남겨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원석 총장은 김 여사 조사와 보고 문제를 두고 수사를 맡은 이창수 중앙지검장, 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 등과 갈등을 빚었습니다.
조만간 검찰은 기소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검찰 내부의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면 중앙지검이 '불기소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클 것으로 법조계 안팎에서는 관측합니다. 이 경우 다시 한번 이 총장과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법조계에서는 판단을 외부에 맡기는 방안을 거론합니다. '수심위'에 맡겨 보자는 겁니다.
수심위는 대검찰청 산하의 검찰 수사 중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외부 기구입니다. 문재인정부의 문무일 검찰총장 때 도입됐습니다.
수심위 운영지침(행정규칙)에 따르면 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에 대해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된 사건의 수사 적정성·적법성 등 △검찰총장이 위원회에 부의하는 사항이 대상입니다.
위원회는 150명 이상 3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됩니다. 검찰총장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 전문가를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게 배려해야 합니다.
소집은 검찰총장의 직권 또는 지방검찰청장의 요청이 있는 경우와 부의 심의위원회 요청이 있을 경우 총장 권한으로 가능합니다. 여러 요청 경로가 있지만, 결국 소집 결정은 '검찰총장' 의지에 달린 겁니다.
이 총장은 올해 1월 '이태원 참사' 수사 결과를 놓고도 수심위를 연 적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당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기소 여부(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결정하기 위해 이 총장이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한 겁니다.
당시 이 총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경찰 수사단계에서 김 청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는데, 검찰마저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 아무도 책임지는 ‘윗선’이 없다는 부담 등으로 수심위를 전격적으로 소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심위는 김 전 서울청장을 기소하라고 권고했고, 검찰은 결국 재판에 넘겼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힘받는 총장의 수심위 소집 의견
수심위가 ‘기소 결정’을 내리더라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총장이 직접 소집했고, 민간 전문위원들이 내린 결정을 거스르기는 힘듭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수심위 카드를 꺼내지 않고 사실상 김 여사에 대한 면죄부를 검찰이 주고 이 총장이 묵인하는 모양새로 비친다면 말과 행동이 다른 ‘식물총장’이라는 논란은 더욱 거세질 수 있다"며 "수심위 결정을 무시하고 검찰 수사팀이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더라도 이 총장은 명분에서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