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오조작 막는다…'캐스퍼 일렉트릭' 첨단기술 빼곡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술 첫 적용
유리 두께 늘리고 소재 보강해 소음·진동 최소화
mm 단위로 검토해 실내 공간 최적화
"작지만 공간성·안전성·편의성 꾹꾹 담아"

입력 : 2024-08-07 오전 8:30:00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작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밀도 높은 차를 목표로 연구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캐스퍼 일렉트릭 프로젝트를 주도한 정헌구 현대차 MSV프로젝트3팀 책임연구원은 6일 서울 강남구 JBK 컨벤션홀에서 열린 캐스퍼 일렉트릭의 기술 설명회에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 315km를 달성한 동력 시스템, 증대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넓어진 공간효율성, 차별화된 전기차 사용성 제공 등 작은 차의 한계로 지적되는 안전성, 편의성 등을 개선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사진=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 현대차가 야심차게 준비한 엔트리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입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개발한 연구원들이 직접 발표자로 나섰는데요. 가장 눈여겨볼 만한 신기술은 현대차그룹 최초로 적용한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 기술(PMSA)입니다.
 
PMSA는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이 있는 정차 또는 정차 후 출발하는 저속 주행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빠르고 깊숙하게 밟을 경우 이를 운전자의 의지와 상관없는 페달 오조작으로 판단, 구동력 및 제동력을 제어해 충돌을 방지하는 기술입니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얼마나 빠르게 밟는지에 따라 PMSA 기능이 전개되며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은 상태를 100%로 봤을 때 100%까지 도달 시간이 0.25초 이내일 경우 기능이 작동합니다.
 
PMSA 작동 조건.(사진=현대차)
 
PMSA 작동 과정.(사진=현대차)
 
PMSA는 정차 또는 정차 후 출발시 조향각 430도 이하, 25도 이하의 지면 기울기의 경우에만 작동하는데요. 장애물과의 거리에 따라 1차(1m 이내)로 구동력을 0에 가깝게 제어하고 거리가 가까워지면 2차(60cm 이내)로 유압 제동을 제어해 충돌을 방지하죠.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의 주 고객층이 초보 및 고령운전자로 보고 PMSA 첫 적용 모델로 선택했습니다. 또 전기차의 경우 원페달드라이빙이 가능한 만큼 내연기관차 대비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높은 점도 고려됐습니다.
 
또 내년 6월 UN 산하 유럽 경제 위원회(UNECE) 주관으로 정차 중 페달 오조작에 대한 안전 기능을 법규로 제정할 예정인 만큼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이라는 게 현대차 측 설명입니다.
 
하정우 차량구동제어개발1팀 연구원은 "PMSA 작동 기준인 1m가 너무 가까운 거리인 만큼 향후 PMSA 2.0 개발을 통해 인식 거리를 늘리고 주행 중인 상황에서도 작동되도록 개발 중"이라며 "기존 출시된 차량에도 무선업데이트(OTA)를 통해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실내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mm 단위의 패키징 작업을 했다.(사진=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 파생 전기차로 긴 주행 가능 거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휠베이스를 180mm 증대했습니다. 이에 늘어난 중량과 휠베이스에 따른 승차감과 운동 성능저하라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초기부터 승차감 및 주행 성능에 집중해 개발됐는데요.
 
우선 PE(Power Electric) 시스템을 차체에 고정하는 체결 부품인 마운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고무 소재의 부싱보다 충격 흡수 능력을 강화한 하이드로 부싱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하부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약 3dB 줄이고 스티어링 휠을 통해 운전자의 신체로 직접 전해지는 진동도 9dB가량 줄였습니다.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신기술도 대거 적용됐는데요. 뒷바퀴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고자 리어 휠가드의 면적을 키우고 8.5mm의 러기지 보드를 적용한 결과 사람의 귀에 잘 들리는 1000~3000Hz 대역의 소음 저감 능력을 확보했습니다.
 
6일 서울 강남구 JBK 컨벤션홀에서 열린 캐스퍼 일렉트릭의 기술 설명회에서 연구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현대차)
 
윈드 노이즈의 경우 기존에는 차체에만 웨더스트립이 적용됐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은 앞뒤 도어에 이중 실링 구조를 적용한 웨더스트립을 추가했습니다. 앞좌석 도어 글라스는 3.2T에서 3.5T로 두꺼워졌고 PE룸 하부의 풀 언더커버 등을 적용해 풍절음을 개선했습니다.
 
운전자에게 직접 전달되는 스티어링 휠 진동을 줄이기 위해 스티어링 휠 시스템이 체결되는 부위의 차체를 보강하고 스티어링 휠 내부에서 진동을 흡수하는 부품인 댐퍼를 새롭게 튜닝해 고속 주행시 발생하는 진동을 개선했습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작은 차급에도 실내 공간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하부에 배터리를 탑재함에 따라 뒷좌석 레그룸을 확보하기 위해 착좌 위치를 뒤로 80mm 옮기고 트렁크 공간이 100mm 늘어난 만큼 적재 공간은 47ℓ 커진 280ℓ의 용량을 확보했습니다. 뒷좌석 시트는 앞뒤 최대 80mm 슬라이딩이 가능해 전부 밀면 최대 351ℓ까지 확보할 수 있죠.
 
앞좌석은 기계식 자동 변속 레버 대신 컬럼식 변속 레버(SBW)를 적용해 센터페시아가 돌출된 양을 45mm 줄였습니다. 이를 통해 조수석으로 타고 내릴 수 있는 워크쓰루 공간이 넓어졌습니다. 센터페시아 아래 공간은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와 V2L을 탑재했습니다.
 
지정훈 MSV엔지니어링솔루션팀 연구원은 "처음 개발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1열 V2L 자리에 UVC 오픈트레이를 적용할 계획이었지만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개발 막바지에 사양을 변경했다"며 "실내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mm단위로 검토하고 다시 개발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됐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사전계약이 진행 중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달 말 출시 예정입니다. 가격은 3150만원으로 국고보조금(항속형 17인치 기준)은 520만원입니다. 지자체 보조금을 고려할 경우 2000만원 초중반대가 구매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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