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다각도로 모색해 장기적인 경영 전략을 짜는 것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신약 개발에 앞서 해외 제약시장 진출을 위한 유통망, 인프라 구축 확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제약 바이오 산업의 미래 가치를 기반으로 정부가 성공률이 낮은 연구개발(R&D)에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고 기업은 혁신 기술의 장벽을 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의약품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해야 하는 만큼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 규제 기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글로벌 해외 시장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규제 선진국 인허가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우리 제약 바이오 기업에 친화적인 투자환경이 조성되면서 많은 기업이 다양한 투자 형태를 검토하고 있죠.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미국 바이오시밀러 우대 정책 시행 등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기회들이 더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역대 바이오헬스 수출액 규모 중 3위를 할 만큼 수출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바이오시밀러 신규 제품 출시, 위탁생산 확대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요 증가, 신규 수주 성사 등 긍정적인 시장 반응으로 글로벌 성과는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정 원장은 "해외 투자를 위해서는 해당국의 규제와 정책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해외 투자를 위해서는 직접 투자보다는 단계별 전략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합작 또는 공동연구를 확대하거나 해외 투자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 발굴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정부의 보건산업진흥원 해외 지사나 코트라 등의 지원을 기반으로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국내 주요 제약 바이오 기업의 수출 실적 성장세를 살펴보면 매출 규모가 큰 상위 바이오 기업과 나머지 회사의 편차가 있죠. 내수 시장의 구조적인 한계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 실적 개선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재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의약품 수출 2배 달성을 위해서는 국내 생산 고도화가 필요한데, 제조설비 등 생산부분 지원책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부회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약 바이오 시장이 성장하려면 정부와 기업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그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중남미, 중동 등 기존의 주요 수출 국가에 대해서도 수출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업계에게 신뢰할 수 있는 현지 바이어 풀을 제공하거나, 해외 현지생산, 유통 업체와의 매칭 지원하는 사업을 확대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며 "협회 등 민간과의 협력을 확대해 글로벌 마케팅 효과 극대화하고 국내 의약품 산업 위상을 높이기 위해 민관 합동 사절단 파견 등의 지원 사업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중장기 글로벌 시장 공략 모색
녹십자는 올해 미국 내 첫 한국산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을 확장한다는 계획인데요. 지난달 미국 출시를 완료한 알리글로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포함해 4개의 PBM과 처방집 등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현재 다른 PBM사와도 계약을 논의 중이고 연내 3대 PBM사와 모두 계약 완료해 미국 사보험 시장의 80% 커버리지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령은 국산 고혈압 신약 카나브 패밀리를 주력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 시장에서 처방 확대에 나설 계획인데요. 중남미 시장은 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의약품 수입 의존도도 높아 대표적인 신흥 제약시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전체 멕시코인의 40%가 고혈압을 앓고 있을 정도로, 만성질환 발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관련 의약품 수요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위탁생산(CMO)과 위탁개발생산(CDMO)을 주력 사업으로 앞세워 해외 시장에 안착한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 의약품 중심에서 신규 위탁개발(CDO), ADC, mRNA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계획입니다. 특히 고농도 세포배양 플랫폼 에스-텐시파이(S-TensifyTM)와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신규 기능이 추가된 디벨롭픽TM(DEVELOPICKTM) 3.0을 선보여 CDO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죠.
미국과 유럽, 중남미 등 글로벌 전역에서 현지 법인을 통해 의약품을 직판하고 있는 셀트리온은 전 세계 32개국에 설립된 법인에서 현지 채용 인력들이 마케팅 및 세일즈 활동을 진행 중인데요. 하반기에도 후속 제품을 출시해 포트폴리오 강화 및 인력 확충으로 세일즈 경쟁력 도모할 예정입니다.
다만 외국 규제 기관의 인허가 절차와 규정 등 각종 규제제도 환경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해외 진출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조헌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연구개발진흥본부장은 "연구개발 전단계에 걸쳐 글로벌 표준에 부합되는 기초, 전임상, 임상 등 연구개발 혁신활동이 요구되며 국가별 인허가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데이터 창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 본부장은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소화기 위한 신규타깃 발굴부터 후보물질 도출, 전임상, 임상 등 연구개발 전 영역에 걸쳐 생산성과 신속성을 높일 수 있도록 디지털 기술 등과의 접목이 요구되며, 연구개발과 제조, 공급망관리, 글로벌 마케팅에 있어 디지털전환(DT)등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