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자본잠식 그늘'에 갇힌 바이온…말라가는 곳간에 깊어진 시름

경영효율화 목적으로 장영호 대표 선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네 차례 연기
씨엠텍 인수에도 바닥난 현금 곳간은 '숙제'

입력 : 2024-08-14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2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자본잠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던 바이온(032980)이 또다시 현금 유동성을 늘려야 하는 어려움에 맞딱드렸다. 바이온은 최근 경영효율화를 위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으며, 안정적인 자본구조를 보유한 '씨엠텍'의 지분 100%를 취득하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계속된 적자와 인수 자금 등으로 악화된 유동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사진=바이온 홈페이지)
 
4년째 이어진 자본잠식 그늘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바이온이 지난 8일 기존 류진형 단독 대표 체제에서 류진형·장영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바이온이 경영효율화에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경영효율화에 의지를 보인 바이온이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자본잠식 가능성이다. 자본잠식이란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어지는 것으로, 회사의 자본금을 까먹는 것을 말한다. 바이온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본금과 자본총계는 각각 203억원, 285억원이다. 금액의 차이는 82억원뿐이다.
 
바이온이 자본잠식 위험에 노출된 적은 처음이 아니다. 바이온은 지난 2021년 말 자본금과 자본총계 모두 335억원이 되면서 자본잠식에 들어갔지만, 바로 다음해인 2022년 말(184억원, 238억원) 완화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194억원, 197억원) 또 다시 악화됐고, 올해까지도 자본잠식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다.
 
문제는 바이온의 당기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온은 지난 2021년 당기순손실 132억원이 발생한 이후, 2022년(99억원)과 지난해(67억원)를 거쳐 완화돼 왔다. 올해 1분기에도 당기순손실 8억3532만원이 발생하면서 직전연도 동기(18억원)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약 9억원 수준의 당기순손실이 4분기 동안 발생할 것으로 단순 계산하면 자본잠식 위험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바이온의 결손금은 890억원이다. 자본잠식이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는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해 발생한 당기순손실이 결손금에 누적되면서 자본총계를 깎아 먹는 영향이 크다.
 
씨엠텍 인수로 급한 불 꺼…바닥난 곳간 어쩌나
 
통상 기업들은 자본잠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한다. 바이온도 지난해부터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문제는 납입일이 벌써 네 차례나 연기됐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본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이온은 지난해 11월13일 새롭게 최대주주에 오를 씨티엠주식회사를 대상으로 약 7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씨티엠이 올해 2월15일 납입을 마치고, 바이온의 지분 14.97%를 확보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월16일 납입일을 5월14일로 연기했다. 이후 3월13일에는 같은달 21일에 납입을 완료하려했으나, 또 다시 납입일을 6월14일로 미뤘다. 납입 시점이 도래하자 씨티엠은 납입일을 이번 달 14일로 변경했다.
 
이번 납입일이 지켜져도 바이온은 자본잠식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금 43억7500만원(액면가 500원*875만주)과 나머지 26억2500만원 가량이 자본잉여금에 유입된다. 이로 인해 자본금은 약246억원, 자본총계는 311억원으로 단순 계산되지만, 두 액수의 차이가 65억원 밖에 나지 않는다.
 
 
다만, 바이온이 최근 인수한 중기 부품·유압 기계 및 부품제조 판매 기업인 씨엠텍을 통해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바이온은 지난 6월13일 110억원을 투자해 씨엠텍의 지분 100%를 취득하며 인수를 완료했다.
 
씨엠텍의 지난해 말 자본총계와 자본금은 각각 190억원, 7억5086만원 수준이다. 현재 바이온의 반기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정확한 자본구조 개선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 그러나 바이온의 1분기 말에 단순 계산하면 자본금(210억원)과 자본총계(475억원)의 차이가 벌어진다.
 
씨엠텍 인수 완료로 자본구조 개선은 될 수 있으나 바이온의 현금 곳간은 바닥을 보이게 된다. 올해 1분기말 기준 바이온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6억원 수준이다. 이후 105억원 규모의 제41회차 전환사채(CB)과 제42회CB(100억원)를 발행했다.
 
그러나 제41회차 CB에 대해 조기 상환 협의가 이뤄지면서 바로 전액 회수했다. 이에 잔여 유동성 자금을 단순 계산하면 146억원뿐이며, 씨엠텍 인수 자금은 110억원이다. 36억원의 유동성 자금만 남게 된다.
 
씨엠텍이 보유한 유동성 자금을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씨엠텍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억원 수준이다. 이외 기대를 걸 수 있는 매출채권(7억428만원)과 단기대여금(13억원)도 약 20억원에 그친다.
 
자체 실적 개선을 통해 현금창출력을 개선해야 하지만 이 또한 단시간 내에 이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이온의 지난 2021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2억원이다. 이후 2022년(-30억원)과 지난해(-12억원)를 거쳐 조금씩 완화되고 있지만, 올해 1분기에는 1억8048만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직전연도 동기(2억2732만원)에는 현금이 유입됐던 것보다 악화됐다.
 
바이온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장 대표가 선임된 지 며칠 되지 않아 구체적인 (경영효율화) 방향이 나와있진 않다"라며 "흑자전환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며, 재무제표 개선도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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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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