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 조짐에 '백신 주권' 재조명

mRNA 백신 개발 후발주자…경쟁력은 '적응증 확장'
고마진 '프리미엄 백신' 국산화 움직임…글로벌 진출 용이

입력 : 2024-08-12 오후 4:07:31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최근 코로나 재확산 조짐이 보이자 백신이나 필수의약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생산, 공급할 수 있는 백신 주권 확보 필요성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출몰로 국내 코로나 백신 개발이 주춤했지만, 플랫폼 기술만 확보하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이 빠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이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정부 지원사업도 본격화되는 양상입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 mRNA 백신을 개발한다는 목표하에 다음 달부터 mRNA 백신 지원사업 대상 제약사를 선정해 비임상시험부터 임상 3상, 생산까지 전 과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나 인위적으로 만든 단백질을 인체에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게 인식시켜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때 우리 몸이 직접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작용합니다. mRNA 백신은 기존 단백질 백신과 비교해 바이러스 항원 배양 시간이 들지 않아 백신 생산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바이러스가 체내에 주입되지 않아 부작용 우려도 적습니다.
 
다만 mRNA 백신 개발 후발주자인 만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응증을 코로나 백신 외에도 다양한 질병을 타깃으로 백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mRNA 백신을 바탕으로 다른 감염병으로 확대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우리나라는 후발주자인 만큼 국내 mRNA 코로나 백신 개발 성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감염병으로 스팩트럼을 넓혀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정 원장은 "국가 R&D 지원 측면에서 보자면 새로운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에 대비해 mRNA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초기 개발에 비중을 둬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고, 후발주자인 국산 mRNA 백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코로나 외 다른 감염병이나 질환을 타깃으로 적응증을 다양하게 선제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백신 주권 '프리미엄 백신' 개발로 확장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해 정부와 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국산 프리미엄 백신 개발도 활성화될 전망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도전하는 국내 기업도 나오고 있는데요. 대상포진과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백신은 대표적인 프리미엄 백신입니다. 업계에서는 프리미엄 백신 국산화를 통해 백신 주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 공략도 노리고 있습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호흡기세포융합 바이러스 백신(RSV)을 개발 중인데요.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EuRSV은 올해 초 식약처 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과 지난 3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으로부터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를 통과해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mRNA 방식의 RSV 백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서 폐렴구균·인유두종 바이러스·대상포진·범용 코로나·RSV 백신을 5대 프리미엄 백신으로 개발한다는 방침을 제시했는데요. 현재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차세대 폐렴구균 21가 백신인 GBP410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초연구, 비임상 단계에 있습니다. 국산 자궁경부암 백신은 기존 가다실9과 차별성을 두기 위해 10개의 HPV 유형을 예방하는 10가 백신으로 개발하고 있죠.
 
GC녹십자는 올해 초 미국 관계사 큐레보를 통해 개발 중인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RV-101 임상 2상 결과 발표했고 연내 임상 3상에 진입할 계획입니다. 공개된 CRV-101 임상 2상 결과에 따르면 기존 약물 싱그릭스 대비 비열등성과 우수한 내약성을 입증해 1차 평가변수를 모두 충족했고 특히 CRV-101의 백신 반응률이 100%로 싱그릭스의 97.9%보다 높았습니다.
 
그동안 프리미엄 백신은 높은 개발비용과 기반 기술이 필요한 탓에 국산화가 어려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였지만, 초기 개발 단계 위기만 넘으면 고마진으로 수익이 안정적이고 경쟁자들이 상대적으로 적어 글로벌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앞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는 계속해서 나올 것이고 신종 감염병으로 인한 팬데믹도 언제든지 올 수 있다"며 "이에 대비해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기반으로 산업계와 정부가 탑다운 방식으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수렴해 꾸준히 연구개발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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