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남편이 목감기인 줄 알고 약 처방을 받고 하루 쉬었는데 통증이 멈추지 않았다. 며칠 뒤 다시 병원 가서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 그런데 그냥 출근하고 있다. 회사 동료들도 여럿 코로나19에 걸렸다는데, 마스크도 안 쓰고 같이 식사하고 그런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가정주부 이모(45)씨는 자신도 열이 나고 감기 기운이 있어 동네 병원을 찾았습니다. 자가 진단에선 음성이 나왔지만, 혹시 남편처럼 코로나19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이었습니다. 이씨는 “코로나19가 재확산된다고 하는데, 이전처럼 격리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별다른 조치가 없는 것 같다”며 “이래도 괜찮은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인근 이비인후과에 진료를 받으러 온 최모(73)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최씨도 처음에는 감기약 처방만 받았고, 의사에게는 그냥 푹 쉬라는 얘기만 들었다고 합니다.
최씨는 “요새는 에어컨 틀고 자니까 몸이 안 좋아져도 단순 감기인 줄로만 알았다”며 “팬데믹 때도 코로나19에 안 걸렸는데, 그래도 지금은 몸 상태가 조금씩 좋아져 다행”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가 코로나19일 수도 있다고 했지만 검사를 안 해줘서 내가 먼저 요청했다”며 “처방받은 약이 이전과 같은 감기약 같은데, 특별히 심한 경우가 아니면 코로나19라고 별다른 처방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20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을 찾은 외래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엔데믹과 함께 해방된 줄 알았던 코로나19 확산의 공포가 다시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코로나19 확진자가 주당 35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한 겁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21일 ‘코로나19 동향 및 대응’ 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 유행 상황은 지난 2020~2022년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이 아니라 코로나19가 풍토병화되는 과정”이라며 “중증도나 치명률이 낮아진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어 현재 의료 대응이나 상황이 위급한 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확진자 증가세가 9월이면 사그라들 것으로 내다보는 겁니다.
약국서 코로나19 진단키트 구매 급증
하지만 현장에서는 코로나19 재유행 우려에도 정부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반응입니다.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개학을 하거나 앞두고 있어 더욱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이 전날 개학했다는 박모(47)씨는 “학교 다녀와서 친구들 중에 독감 걸린 친구도 있다고 했다. 코로나19검사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 중에 코로나19에 걸린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며 “학교에서 아직까지 코로나19 관련해 별다른 얘기를 듣지 못했는데, 무더운 날씨에 아이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지도 못하겠다”고 토로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소재 한 약국에 마스크 착용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세곡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커졌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평소에는 진단키트가 일주일에 1~2개 정도 나갔는데, 지난주부터 하루에 많게는 20~30개씩 나가고 있다”며 “반품이 안돼 진단키트는 4~5개씩 물량을 확보하는 편이었지만, 이제 30~40개씩 가져다 놓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정부와 의료가 의대 증원을 놓고 벌이는 갈등이 6개월째 이어지면서 현장의 의료인력마저 부족하고 응급실 운영에 대한 걱정도 커집니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환자를 수용하고 치료할 여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겁니다.
‘빅5’ 병원 중의 한 곳인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지난 20일 평일 오후임을 감안해도 외래환자들도 붐비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응급실 대기실에서도 3명 정도 사람들만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장 근무인력들은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것과 맞물려 전문의 등 의료공백이 지속되면 또 팬데믹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선화 보건의료노조 서울성모병원지부장은 “현재도 전공의들 업무를 대체해서 응급실 의사와 간호사들이 투입되며 지쳐가고 있다”며 “정작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 응급 처치가 필요한 고위험군 환자들을 수용할 여력이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