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한화오션, 노동자 사망에 노조 "조선소 폭염 대책 경고등"

"조선소 작업 현장, 기상청 발표 온도보다 훨씬 높다"
온열환자, 전년비↑…"기후위기에 맞는 대책 세워야"

입력 : 2024-08-22 오후 3:08:46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 중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에서 하청 노동자가 각각 사망한 가운데, 하청 노동조합에서 노동자 사망 원인이 온열 질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 노조는 현재 원청의 폭염대책으로는 온열질환을 온전히 예방할 수 없다고 지적합니다.
 
2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거통고 하청 노조)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노동부와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며 아직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면서도 "이번 노동자 사망 사고는 조선소 온열질환 대책의 시급성을 일깨우는 경고등과도 같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경남 거제 지역 조선소에서는 지난 19일 각각 1명의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삼성중공업 하청 노동자인 60대 A씨는 컨테이너 야외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됐고, 발견 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습니다.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인 60대 B씨는 1도크 건조중인 선박에서 휴식을 취하다 쓰러졌으며,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치료 도중 숨이 끊어졌습니다.
 
거통고 하청 노조는 "지난달 4일 폭염에 현장안전점검을 했을 때 선박 위 온도 36~37도를 넘었고, 야외 화장실 내부 온도는 38.6도를 기록하기도 했다"며 "작업 특성상 조선소 현장의 온도는 기상청이 발표하는 온도보다 훨씬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각각 노동자들이 여름철을 안전히 보낼 수 있도록 폭염 대책을 시행 중이나 완전히 예방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11일부터 여름철 임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식시간을 연장을 운영 중입니다. 28.5도 이상이면 30분을 연장하고 32.5도 이상일 경우 1시간을 연장합니다.
 
한화오션도 유사하게 중식시간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또 노동자들의 온열질환 예방과 원활한 작업을 위해 이동식 에어컨(스폿 쿨러) 설치와 에어 쿨링 재킷을 지급, 주기적인 보양식 제공 등을 시행 중입니다. 
 
다만, 기후위기로 매년 올라가는 여름철 온도 상승으로 인해 기존 조선소의 온열질환 대책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게 노조측 입장입니다. 하청 노조는 "기후재난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여름철 온도는 상승하고 있지만, 조선소 온열질환 대책은 주의 문자를 보내는 것 말고 전무한 형편"이라며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등 원청 조선소는 자체 안전점검을 통해 기후재난 시기에 맞는 여름철 온열질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올해 온열질환자 수는 지난해 대비 증가한 모습입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2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집계된 시군구별 총 온열질환자는 2994명, 추정사망자는 2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추정사망자는 6.7% 줄었지만, 온열질환자는 18.3% 늘었습니다. 특히 이 중 국내 대형 조선소가 위치한 울산 지역은 질환자 80명, 경남은 질환자 276명으로 기록돼 전년대비 울산은 42.9%, 경남은 38% 각각 증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사망 사인을 자세하게 살펴야 하겠지만, 고령의 작업자를 무리하게 고열 작업장에 투입한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 중"이라며 "조선소 현장은 폭염에 취약해 온열질환 대책이 정교히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삼성중공업 거저조선소 전경. (사진=삼성중공업)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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