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협상도 못한 대표회담…이재명 코로나로 결국 '연기'

생중계·의제 '숨 고르기'에도…물밑선 채상병 특검 '샅바 싸움'

입력 : 2024-08-22 오후 5:20:18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 간 회담이 끝없이 늘어지고 있습니다. 회담 형식·의제를 둘러싼 실무협상은 성과가 '제로(0)'인데요. 그간 여야는 생방송 등 본질과 동떨어진 공방에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여기에 이 대표가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회담 날짜도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이재명 민주당·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시간 벌기' 나선 양측…회담 날짜 '미정'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오는 25일 여야 대표회담은 결국 취소됐습니다. 이 대표와 새 지도부는 이날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차례로 예방할 계획이었으나 이 역시 미뤄졌습니다.
 
민주당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아침에 감기 증상이 있어, 자가 진단을 해 본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측에 순연 의사를 전달했고, 회담은 이 대표의 코로나 증상이 호전되면 다시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5일 격리 권고'였던 확진자 방역 지침이 '주요 증상 호전 후 24시간 경과 시까지'로 완화됐지만, 최근 코로나가 재유행하는 데다 언제 증상이 호전될지 알 수 없어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돌발 변수로 시간을 번 여야는 회담을 위해 물밑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입장차는 여전합니다.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회담 의제로 삼으려는 민주당의 압박에, 한 대표는 '회담 전체 생중계'를 제안하며 또 한 번 빠져나가는 모습을 연출했는데요.
 
앞서 채상병 특검법에 '제3자 추천 방식'을 받겠다고 한 데 이어 '제보 공작' 의혹을 수사 대상에 넣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민주당은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한 대표는 "국민이 논의의 과정과 사안을 보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라며 "회담에 의제 제한은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한동훈·이재명 다른 속내…최악 땐 '회담 무산'
 
의제를 논의하기도 전에 회담 형식을 두고 부딪히면서, 여야 내부에서는 불발 가능성까지 제기됩니다. 회담 자체가 양당 대표에게 '승부'인 탓에 샅바 싸움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인데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친윤(친윤석열)계와의 관계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당을 완전히 장악한 이재명 대표와 달리,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회담에서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채상병 특검법을 의제로 다룰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에 끌려가게 되면 '원외 대표 한계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습니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데다, 원내지도부를 중심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특검은 고려 대상이 아니란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채상병 특검법을 당대표 공약으로 삼았던 한 대표에겐 부담입니다.
 
이에 한 대표가 민주당이 생중계 제안을 받지 않는 걸 노렸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회담을 생중계로 진행하면 사실상 '토론'이 돼서 합의에 이르기 어려운데요. 제안을 민주당이 아니라, 언론에 먼저 얘기하면서 양당 첫 실무 회동도 무산됐다는 점도 이 주장에 무게를 더합니다. 
 
반면 이 대표는 반드시 특검법에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지난 8·18 전당대회에서 일극체제에 대한 비판이 더욱 커졌을 뿐 아니라,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연임에 나섰다는 지적도 존재하는데요. 그는 171석을 가진 거대 야당 대표로서, 여야 대치 정국에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선 생중계 제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고민정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무조건 열어야 하는 회담"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어떤 방식이 됐든, 생방송이 됐든, 단독이 됐든, 배석자가 있든 한 대표를 공개석상에 끌어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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