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부진에 연회비 장사로 눈 돌리는 카드사들

'최대 100만원' 비싼 연회비 카드 출시
신용판매 확대·연체율 관리 '두 마리 토끼'

입력 : 2024-08-26 오후 3:31:46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라 본업인 신용판매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연회비 수익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연회비가 비싸면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카드를 출시하는 반면 연회비는 적고 혜택이 많은 이른바 '알짜카드'는 단종하는 것입니다. 비싼 연회비를 부담하는 우량 고객이 늘면 연체에 대한 우려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평균 연회비 전년 대비 36%↑
 
26일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시된 신용카드 44종의 연회비는 평균 11만3225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7%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중 연회비가 10만~100만원으로 책정된 프리미엄 카드들이 눈에 띕니다.
 
하나카드는 연회비가 최대 100만원에 달하는 새 프리미엄 브랜드 '제이드(JADE)' 시리즈를 4종 출시했습니다. 연회비는 해외겸용 기준으로 제이드 퍼스트 센텀(100만원)이 가장 높았고 제이트 퍼스트(60만원), 제이드 프라임(60만원), 제이드 클래식(10만원) 순입니다. 우리카드도 올해 프리미엄 카드인 '카드의정석 디어(Dear)' 2종을 출시했습니다. 쇼핑에 특화 카드인 디어 쇼퍼와 여행 특화 카드인 디어 트래블러의 연회비는 각각 15만원입니다.
 
통상적으로 연회비가 10만원이 넘는 카드는 프리미엄 카드로 불립니다. 주로 쇼핑, 특급호텔, 해외여행 등 여가 활동과 관련된 혜택이 많습니다. 초기 모객을 위해 카드사들은 연회비의 상당 부분을 백화점 상품권이나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캐시백으로 돌려주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이 캐시백 등으로 연회비를 환급·할인해주면서 프리미엄 카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수익성과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입니다. 보통 프리미엄 카드는 카드사들의 본업인 신용판매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데다 비싼 연회비를 부담하는 우량 고객을 확보하면서 연회비 고정 수익도 챙길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카드·현대카드·삼성카드(029780)·KB국민카드·롯데카드·우리카드·하나카드·비씨카드 등 8개 전업카드사들이 올해 1분기에 벌어들인 연회비 수익은 3492억원에 달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금액입니다. 8개 카드사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연회비 수익이 늘었습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프리미엄 카드 소비층이 전문직이나 사업가 등 재력이 있는 고객들이 사용하는 카드라는 인식이었지만 현재는 사용층이 넓고 연령대로 다양해졌다"며 "최근에는 해외여행이나 레저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카드도 이에 맞춘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드사들이 연회비가 10만원이 넘는 프리미엄 카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한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알짜카드는 줄줄이 단종
 
이처럼 카드사들은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카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지만, 반대로 연회비가 저렴하고 혜택은 많은 이른바 '혜자카드'들은 줄줄이 단종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단종된 카드는 373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배 증가했습니다.
 
카드사들이 알짜 카드는 단종하고 프리미엄 카드로 연회비 수익을 올리는 것은 신용판매 수익률 감소, 연체율 상승 등 업황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실제로 8개 전업카드사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5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신용판매 실적보다는 혜택 축소, 카드론 증가 등 불황형 흑자로 인해 결국 건전성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3년마다 우대 가맹점의 수수료를 조정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사실상 카드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유지되면서 카드사들의 본업 경쟁력은 악화된 상황입니다.
 
신용카드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은 지난 2012년 여신금융전문법 개정 이후 꾸준히 내려가고 있습니다. 2012년 말 4.5%에서 2021년부터는 0.5%로 내려갔습니다.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적격비용 재산정은 3년 주기로 진행되는데, 원래대로라면 올해 재산정을 하는 시기입니다. 카드업계는 신판 수익 악화로 적격비용 재산정 주기를 3년에서 5년으로 늘리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금융당국에서는 뚜렷한 개선안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신용판매 수익률도 줄었습니다. 카드사의 신용판매 수익률은 최근 0.5% 수준까지 하락했습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대출 등의 업무를 위해서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요. 여전채 금리는 현재 3%대 초반으로 내려갔지만 금리에 따라 변동이 크고, 고금리이기 때문에 신용판매로 거두는 수익이 턱없이 부족함을 보여줍니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가 비싼 대신 혜택도 크기 때문에 무조건 카드사의 수익성으로 직결된다고 보긴 어렵다"라며 "그러나 혜택을 누리기 위해 발급받는 만큼 신용판매 이용 금액 등이 높고, 반대로 카드 대출 등 금융상품 이용률 낮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회사 건전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신용판매 수익률은 최근 0.5%대로 감소했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식당 종업원이 카드 결제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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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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