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의 ‘수심위’…결론 뭐든 검찰은 '외통수’

이 총장 "수심위 결로 임기내 마무리"

입력 : 2024-08-26 오후 4:29:43
[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임기 만료를 20여일 앞둔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직권 회부하면서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이 ‘외통수’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수심위가 검찰의 판단대로 ‘무혐의’로 결론내면 명분을 찾을 수 있겠지만,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수심위가 알선수재와 변호사법 위반 등도 검토하면서 ‘기소 의견’을 건의하면 검찰 수사가 ‘부실’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겁니다.
 
검찰이 수심위 의견을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고, ‘무혐의’를 고집한다면 ‘용산 2중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러나저러나 ‘외통수’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8월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심의위원회 직권 회부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원석 총장 "수심위 소집 결론 임기 내 마무리"
 
이 총장은 26일 출근길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장은 사건을 수심위에 직권 회부한 이유에 대해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 외부 의견까지 들어 공정하게 사건을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며 “(수심위) 통상 운영 과정을 보면 임기 내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 총장의 임기는 9월15일까지입니다. 이 총장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지난 22일 김 여사에 대해 '혐의가 없다'는 보고를 받았고, 이튿날인 23일 사건을 수심위에 회부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외통수 몰린 검찰
 
이 총장은 퇴임을 눈앞에 두고 수심위 카드라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장의 수심위 직권 회부가 무혐의 결론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총장은 “(수심위는) 절차와 구성, 위원회 운영과 결론까지 모두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된다”며 “검찰총장인 제가 운영부터 구성, 결론까지 관여할 수가 없고, 수심위 진행 과정을 차분하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심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의 시선, 검찰 내부의 갈등이 있을 경우 민간 전문위원에게 수사 절차와 결과에 대해 점검을 받는 겁니다.
 
위원회는 150명 이상 30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검찰총장은 사법제도 등에 학식과 경험을 가진 덕망과 식견이 풍부한 사회 각계 전문가를 특정 직역이나 분야에 편중되지 않게 배려해야 합니다.
 
‘명품백 사건’은 김 여사 수사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 총장에게 보고를 누락했고, 이 총장이 대검찰청의 감찰을 지시하자 서울중앙지검이 반발하는 등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사회적 시선이 집중되고, 검찰 내부 갈등이 표면화되는 등 이 총장의 수심위 소집은 명분상으로도 충분합니다.
 
수심위가 중앙지검과 같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더라도 이 총장은 끝까지 원칙을 지킨 셈이 됩니다. 이 경우 비난의 화살은 검찰이 지게 됩니다.
 
수심위가 이 총장의 지시대로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까지 검토한 이후 검찰 결론과 달리 ‘기소 의견’으로 가닥을 잡으면 중앙지검의 김 여사 수사팀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수심위 의견에 따라 김 여사를 기소할 경우에는 ‘용산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한 게 되고, 수심위 의견을 무시하고 기존대로 ‘무혐의’를 고수할 경우에는 정치권에 검찰개혁의 명분만 주게 됩니다. 어떤 방식이든 검찰로서는 외통수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총장으로서는 퇴임을 앞두고 평소 늘 부르짖던 원칙을 지킬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한 만큼 수심위 소집이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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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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