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한탕 노린 이오플로우?…경영실패 책임은 주주 몫③

유증 공시 후 주가 44% 급락…하락률 2위
유증 원인으로 지목된 'M&A' 전 주담대
김재진 대표, '잭팟' 실패에 '책임경영'도 없던 일

입력 : 2024-08-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엑시트(투자금 회수) ‘잭팟’을 기대했던 김재진 이오플로우(294090) 대표의 ‘경영판단 미스’가 회사의 생존위기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주주친화 정책’의 일환이라던 김 대표의 지분매입은 이오플로우 주가 급락의 원인이 됐고, 주가 하락으로 회사의 재무구조도 엉망이 됐습니다. 당장 자금조달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관리종목’ 지정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에서 김 대표의 ‘주주친화 정책’은 모습을 감췄습니다.
 
최대주주 주담대가 불러온 관리종목 리스크 
 
이오플로우 1년 주가 추이.(사진=한국거래소)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오플로우는 최근 5거래일 동안 주가가 44.30% 하락하며, 이기간 코스닥 시장에서 주가하락률 2위(정리매매 제외)를 기록했습니다. 이오플로우의 주가 급락은 최근 결정한 823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가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오플로우가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로 지목되는 것은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손실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우려입니다. 이오플로우는 지난해 법인세차감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105.84%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법인세차감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설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습니다.
 
이오플로우가 관리종목 위기에 처하게 된 원인에는 지난해 주가 급락이 있습니다. 당시 이오플로우에는 미국 경쟁사인 인슐렛과의 소송과 함께 메드트로닉과의 인수합병(M&A) 철회 등 악재가 쏟아졌는데요. 최대주주인 김재진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반대매매까지 더해지며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3만원 근처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최대주주의 반대매매 직후 330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주가 하락은 전환사채(CB) 채권자들의 풋옵션(매수청구권) 행사로 이어졌습니다. CB는 사채와 주식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발행시 자산, 자본, 부채가 모두 증가하게 됩니다. 전환권이 행사될 경우 주식으로 전환돼 부채가 감소하고 자본이 증가하지만, 전환권 행사 없이 상환되면 자산과 부채가 감소합니다. 
 
지난해 이오플오우의 재무제표를 보면 기타유동금융자산이 532억원이나 줄었는데요. CB 상환 및 관계기업 투자에서 손실이 나면서 자산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부채가 줄었지만 자산이 더 크게 감소하면서 2022년말 987억원이던 자기자본은 지난해 588억원으로 감소했습니다.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차감전 손실은 31.70%에서 105.84%로 급증했습니다.
 
코스닥 상장 규정에서 최근 3사업연도중 2사업연도에서 법인세 차감 전 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서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올해 상반기 이오플로우의 법인세차감전 손실은 220억원입니다. 단순 계산시 하반기 74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 되는 셈입니다.
 
M&A '잭팟'과 함께 사라진 '주주친화 정책'
 
시장에서는 이오플로우의 주가 급락 원인으로 김재진 대표의 주식담보대출을 꼽고 있습니다. 앞서 김 대표는 메드트로닉과의 M&A를 발표하기 반년 전인 2022년 9월 말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았습니다. 이자율이 6.6%, 담보유지비율은 250%에 달했는데요. 대출 당시에도 한국투자증권이 리스크를 높게 판단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어렵게 받은 주식담보대출은 이오플로우 지분을 매입하는데 사용됐습니다. 100억원을 장내에서 매입해 지분율을 18.54%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당시 김 대표는 ‘주주친화 정책’을 지분 매입의 이유로 들었습니다.
 
다만 시장에선 메드트로닉과의 M&A를 염두에 두고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왔습니다. ‘빅딜’을 앞두고 경영권 프리미엄 및 협상력 제고를 위한 지분 확보라는 해석입니다. M&A가 무산될 경우 메드트로닉이 위약금 명목 등으로 약 200억원 가량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은 이같은 해석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M&A가 완료됐다면 김 대표는 성공적인 엑시트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표가 주식담보대출 100억으로 매입한 이오플로우 주당 매매가격은 1만3000~1만7000원대로 메드트로닉이 인수하기로한 가격(주당 3만원)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인슐렛과의 소송으로 이오플로우 주식 거래가 정지되면서 김 대표의 주식담보대출 연장이 무산됐고, M&A는 위약금 없이 철회됐습니다. 반대매매와 대출금 상환을 위한 김 대표의 주식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이오플로우의 주가 급락과 CB 풋옵션에 따른 관리종목 리스크 원인에 김 대표 주담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김 대표가 주담대를 끌어오면서까지 강조했던 ‘주주친화 정책’을 강조했지만, 이번 유증으로 주주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후 30% 청약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자금투입 없는 보여주기식 행보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지배력은 유증보다 저렴한 CB 콜옵션(관련기사: 지배력 약화 우려 비웃는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②)으로 안전판을 마련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M&A 중심에 있던 대표이사가 주식담보대출까지 끌어오면서 주식을 사들였다면 M&A를 염두에 두고 지분을 매입한 것이란 의문이 나오기엔 충분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당장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더라도 유증으로 조달하는 자금이 줄어들 경우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오플로우 관계자는 “올해 자본금을 추가하지 않은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되는데 관리종목에 지정될 경우 그 불이익이 주주들에게 간다”면서 “이번 증자의 목적에는 이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증권신고서상 최대주주의 청약 30%는 최소한의 참여율을 말한 것이고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최대주주가 청약 추가 참여를 위해 CB 콜옵션 행사 자금을 추가로 투입한다거나 자사주 취득 후 소각하는 방식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사진=이오플로우)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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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