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라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보험사, 카드사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잇따라 올리면서 보험사 주담대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졌는데요. 오는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DSR) 2단계가 시행될 경우 2금융권에 '풍선효과'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내달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신용대출, 보험사 등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됩니다. DSR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차주가 상환하는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50%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1금융권인 시중은행의 경우는 40%, 보험사 등 2금융권은 50%입니다.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시행되면 수도권은 1.2%포인트, 지방은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부여됩니다. 대신 수도권은 은행만 1.2%포인트를 적용하고 보험사 등 2금융은 수도권도 지방과 같은 0.75%포인트만 부여합니다.
스트레스 금리는 대출 차주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리가 아니라 대출 한도를 결정할 때 적용하는 금리입니다. 즉 스트레스 금리가 높을수록 대출 한도는 줄어들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 주택은 은행과 보험사의 주담대 한도는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 5000만원의 대출 차주가 30년 만기, 대출이자 4.5%(변동금리) 조건으로 수도권 주택을 구입할 때 원래라면 대출 한도는 3억2900만원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면 2억8700만원으로 한도가 4200만원가량 줄어듭니다.
통상적으로 2금융권인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은행보다 높게 유지돼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시중은행들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에 따르면 주택가격 3억원, 대출금액 1억원, 대출기간 30년, 고정금리, 아파트담보대출로 설정할 경우 주담대 금리는 이날 기준 KB손해보험 4.07%~6.48%, 농협손해보험 3.98~6.17%,
삼성화재(000810) 3.68~6.13%, 현대해상 4.92~5.52%, 교보생명 4.23~5.44%,
삼성생명(032830) 3.93~4.94%, 한화생명 4.18~4.91, 동양생명 4.56~4.76% 등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중은행은 농협은행 4.76~6.81%, 신한은행 4.15~5.55%, 우리은행 3.60~4.80%, 국민은행 3.70%, 하나은행 3.07~3.47% 등으로 집계됐습니다.
내달 1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와 신용대출, 보험사 등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 DSR 2단계가 적용된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2금융, 금리·한도 매력 커져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이 오는 9월로 두 달 연기되면서 대출 막차 수요가 쏠리면서 은행 대출이 급증했습니다. 그러자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속도 조절을 주문했고, 은행은 7월부터 20차례 넘게 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이 기간 은행권 주담대 금리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2일 기준 722조5286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하기 전인 19일 대비 1조3173억원 늘었습니다. 지난달 말과 비교해도 6조7903억원 증가했습니다.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1~4월만해도 603조~698조원이었습니다. 그러나 4월부터 매달 5조원 이상 꾸준히 늘어나며 700조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2분기 말 113조6000억원으로 전분기 말 대비 1000억원 줄었습니다. 다만 스트레스 금리 적용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낮고 한도가 높은 보험사에 풍선효과가 여전히 나타날 가능성 높습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현상이 일어났던 지난 2021년 7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으로 은행이 대출 한도를 제한하면서 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조6000억원 급증하며 풍선효과가 나타난 바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금리가 인상되면 주목받는 곳이 보험사이지만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곳은 회사 내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가계대출이 계속 증가하고 당국의 속도 조절 주문이 계속될 경우 금리 인상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론 등 서민 급전 대출의 경우만 보더라도 통상적으로 대출은 상위 금융기관에서 한도가 막히면 고금리를 감수하고서라도 2금융으로 몰리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가계대출이 어느 정도 관망세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우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스트레스 금리 적용 이후 상대적으로 대출한도가 높은 보험사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 높습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