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3.5%로 '그룹 지배'…총수 일가 '꼼수 경영'

공정위, 공시집단 주식소유현황 발표
SK 총수 일가, 0.4%로 그룹 장악
주식지급내역 첫 공개…SK 최다

입력 : 2024-09-01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재벌 총수 일가가 평균 '3.5%'의 지분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롯데, 코오롱 등은 여전히 총수 일가가 국외 계열사를 통해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 등 국내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적은 지분을 갖고 있는 총수 일가가 계열사 출자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총수 지분 줄고 계열사 지분 늘어…출자 통한 지배구조 심화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주식 소유 현황'을 보면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88곳의 내부지분율은 61.4%로 조사됐습니다. 지난해(82개 집단·61.7%)보다 0.3%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60%가 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내부지분율은 계열사의 총 발행주식 중 총수(동일인)·친족·계열사·비영리법인·임원 등이 보유한 주식의 비율 비중을 뜻하는데요. 내부지분율이 높으면 경영권 방어 등에 유리합니다.  
 
전체 공시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78곳의 평균 내부지분율은 61.1%로, 지난해(72개 집단·61.2%)보다 0.1%포인트 하락했는데요. 세부 구성을 살펴보면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은 3.5%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줄었습니다. 3.5% 중 총수와 친족 지분율은 각각 1.6%, 1.9%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대부분을 차지하는 '계열사' 지분은 54.9%로 지난해보다 0.2%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출자 등을 활용해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심화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가장 낮은 기업집단은 SK로 0.4%에 그쳤습니다. 이어 HD현대 0.46%, 카카오 0.48%, 장금상선 0.62%, 넥슨 0.72% 순이었습니다. 
 
기업집단의 총수 일가가 국외 계열사를 통해 기업집단 최상단 회사 등 국내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는 방식도 여전했습니다.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4개 기업집단(롯데, 장금상선, 코오롱, 오케이금융그룹) 소속 7개 국외 계열사는 11개 국내 계열사에 직접 출자했습니다. 이 가운데 3개 국내 계열사에 대해서는 5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어 롯데의 경우 광윤사, 롯데홀딩스 등의 국외 계열사가 부산롯데호텔, 호텔롯데 등 국내 계열사에 직·간접 출자하는 식입니다. 
 
(표=뉴스토마토)
 
한화·에코프로, 총수 2세에 RSU 부여
 
올해부터 의무화된 주식지급거래 약정 내역도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전체 공시대상기업집단 88개 중 17개 기업집단이 총수 일가 및 임원에게 성과 보상 등의 목적으로 주식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주식 유형은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147건, 스톡그랜트 140건, 성과연동형 주식(PSU) 116건, 기타 14건이었습니다. 
 
기업집단별 체결 건수는 SK 231건, 두산 36건, 에코프로 27건, 포스코 26건, 한화 19건, 네이버 16건 순이었습니다. SK의 경우 전체 219개 소속회사 중 25개사에서 총 231명의 임원에 PSU, 스톡그랜트 등을 부여하는 약정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RSU'로 대표되는 주식지급 약정은 성과 달성이나 일정 기간 재직 등의 조건을 충족한 임직원에게 자사주를 무상으로 주는 제도입니다. 대체로 5~10년가량 근속하면 그 이후 매년 조금씩 나눠줍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한화그룹이 2020년 최초로 도입한 후 두산, 네이버 등으로 확산됐는데요. 이번 RSU 공개는 주식지급 약정이 총수 일가 지분율 확대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라 이뤄졌습니다.
 
총수 일가에 주식을 지급한 현황을 살펴보면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총 7개 집단이 RSU를 체결(19명, 총 22건)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기업집단은 한화, 엘에스, 두산, 에코프로, 아모레퍼시픽, 대신증권 및 한솔입니다.
 
이 중 한화와 에코프로는 총수 2세에 RSU를 부여하는 약정을 체결했습니다. 한화는 김동관 부회장(한화,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김동원 사장(한화생명보험)에게, 에코프로는 이승환 상무(에코프로)와 이연수 상무(에코프로파트너스)에게 각각 RSU를 부여했습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보유한 지분이 일정 수준 유지되는 가운데 국내 계열회사의 지분참여 등을 활용한 내부지분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대기업집단의 부당 내부거래 및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 법 위반 적발 시 엄중히 제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지=연합뉴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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