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통과됐지만…전세사기 피해자 ‘반신반의’

피해주택 매입 '기준·절차' 불확실…지원 사각지대도 여전

입력 : 2024-08-30 오후 4:35:53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전세사기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법의 실효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요구했던 피해 최소보장 방안과 사각지대 없는 ‘선구제 후회수’ 대책 등이 법에 담기지 않은 겁니다. 피해자들은 특별법의 핵심으로 꼽히는 경매를 통한 피해주택 매입 확대와 경매차익 지원 등의 방안도 실효성 있게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매입범위를 확대하고 공공임대를 지원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2개월여 만입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 통과에도 시큰둥합니다. 안상미 전세사기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30일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얼마나 경매로 매입하고 그 경매차익이 실제로 얼마나 돼서 피해자 지원에 쓰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매입대상도 기존 불법건축물까지 확대하는데, 지자체 승인도 필요한 부분이고 구체적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주택 경매가 종료된 피해자들도 적지 않아 주택매입에 대한 소급 적용도 주장했지만 개정안에 반영이 안 됐다”며 “피해 지원 사각지대를 차치하고 이번 개정안대로 얼마나 지원 대책이 시행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면서 지켜보게 된다”고 했습니다.
 
지난 7월2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정부안에 대한 피해자 대책위의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뉴시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는 2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지난해 6월1일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22일 기준 총 2만949명에 달합니다.
 
국토부는 이번 개정안에 따라 향후 경매 등을 통해 피해주택을 낙찰받고, 그 경매차익을 지원하거나 최장 10년간 공공임대를 제공합니다. 피해자 인정요건인 보증금 한도는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 2억원을 추가해 최대 7억원 구간 세입자까지 피해를 인정받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매입절차나 기준에 대해 의문이 많습니다. 피해주택의 매입대상은 확대됐지만, 매입요건은 현실적으로 여전히 까다롭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철민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경매차익을 지원하는 데 있어 LH 감정가와 실제 낙찰가가 크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며 “다가구 주택은 세입자 전원 동의가 있어야 LH가 매입하지만, 세입자 간에도 이해관계가 상이하고 연락이 닿지 않는 세입자가 있는 등 권리관계가 복잡해 실제 매입까지 쉽지 않은 현실적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피해 최소보장 등 추가조치 필요”
 
또 피해 회복에 필요한 최소보장 방안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피해자 문제들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피해 구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경매차익이 발생하지 않는 피해자들에 대한 최소보장 방안이나 경매가 종료된 피해자들에 대한 LH 매입 등의 소급 적용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참여연대 등 전세사기시민사회대책위는 무엇보다 LH가 피해주택 매입을 신속하고 원활하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LH 매입안이 엄격한 매입기준과 복잡한 절차, 예산과 인력 부족 등으로 실효성 없는 대책이 돼선 안 된다는 겁니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피해자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시민단체가 마지막까지 요구했던 게 최소보장 방안이었다”며 “정부는 현금지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동담보로 묶인 주택의 경우, 모든 세대가 낙찰되기 전까지 배당이 이뤄지지 않아 언제 경매차익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피해자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양하기 때문에 개정안 내용 외에도 향후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한 부분이 많다”고 내다봤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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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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