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논의 ‘하세월’…정부 의지 ‘박약’

시민단체들 “정부, 명확한 개혁안 제시해야”

입력 : 2024-08-06 오후 4:29:27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윤석열정부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국민연금 개혁이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구조개혁을 이유로 22대 국회에서 논의를 이어가자고 했지만, 정작 개원 두 달이 넘도록 명확한 정부안조차 내놓지 못한 상황입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실질적인 개혁입법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와 계획이 담긴 연금개혁안을 하루 빨리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민들의 노후가 촘촘히 보호되지 않는 현재의 저연금 문제가 계속되면 우리 미래세대 역시 임박한 노인빈곤을 피할 수 없게 된다”며 “정부가 그동안 실체도 없는 구조개혁을 구실로 연금개혁을 지연했기 때문에 논의가 공전하지 않기 위해선 정부의 명확한 개혁안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국민연금 급여방식을 확정급여형에서 확정기여형으로 전환하고, 퇴직연금 등의 사적연금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연금개혁 방향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연금개혁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된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대체율 50%의 연금강화 방안과 배치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적연금강화행동 회원들이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시민 공론화 결과에 따른 연금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강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위원장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은 구조개혁과 청년세대를 핑계 삼아 연금개혁을 무산시켰다”며 “여기에 민주적인 방식으로 일궈낸 공론화 결과를 애써 무시하면서 정부 개혁이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려 한다면 국민의 거센 저항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급격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연금개혁 필요성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당장 2027년부터 수입 보험료보다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많아질 전망입니다. 현재와 같은 연금 구조에선 수지 역전이 시작돼 적립기금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고령층 빈곤 심각, 공적연금 역할 강화해야”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매년 늘어나 올해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어섰고,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수입이 최저생계비에도 훨씬 못미치는 월 50만원 정도”라며 “노후보장의 거의 유일한 수단인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법 제4조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제출된 제5회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등 구체적인 수치와 운영 계획이 없는 ‘맹탕 연금개혁안’이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구조개혁이나 여야정협의체 제안 등을 하고 있지만, 막상 책임있는 구조개혁안이나 연금개혁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오는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올해 안에 연금개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실제 연금개혁은 불가능하다. 윤석열정부는 때를 놓치지 말고 연금개혁에 지체없이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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