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의 이중잣재 논란이 심우정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를 관통할 걸로 보입니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문 전 대통령의 사위가 이스타항공 측으로부터 받은 월급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과 대조를 이룹니다. 검찰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관해선 ‘무혐의’로 결론 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월 6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집중겨냥, 김건희 수사와 대조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문 전 대통령의 딸 다혜씨의 서울 종로구 자택과 제주 별장 등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영장에서 검찰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해 ‘뇌물 혐의’ 피의자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 씨가 2018년 7월부터 2020년 4월까지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이 실소유주인 타이이스타젯 항공사에 전무로 채용돼 근무하면서 받은 월급 800만원, 서씨 가족의 태국 이주비 지원금 등 2억2300여만원을 뇌물로 판단한 겁니다.
물론 문 전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이 전 의원에게 금전을 받지는 않았았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항공업계 경험이 없던 서씨가 이 전 의원이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된 대가로 채용됐고 △결혼 후 일정한 수입이 없던 딸 다혜씨 가족에게 생활비를 지원해 오던 문 전 대통령이 서 씨가 취직한 이후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과정이 뇌물의 근거라는 주장입니다.
서씨와 다혜씨에게 지급된 급여가 사실상 문 전 대통령에게도 경제적 혜택이 될 수 있으니, 경제공동체라는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추상같은 검찰의 판단’은 왜 김건희 여사에게 꼼짝도 못 하고 맥을 못 췄느냐는 지적으로 이어집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2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습니다.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서 300만원 상당의 명품백을 받은 것은 맞는데, 배우자이자 윤 대통령의 직무와 상관없고, 청탁도 아닌 그저 ‘감사 표시였을 뿐’이라는 겁니다.
중앙지검 수사팀의 보고를 받은 이원석 총장은 지난달 23일 김 여사 사건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직권으로 회부했습니다. 아직 김 여사 사건은 ‘완전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대하는 검찰 수사가 이중적이라고 지적합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8월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 '이중 잣대' 대한 답변에 시선 집중
3일 국회에서 열리는 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검찰의 이중잣대에 포화가 쏟아질 전망입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망신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심 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은 검찰이 김 여사 수사할 때는 경호실 안가로 가 ‘출장 조사’를 했고, 휴대폰까지 반납하면서 사실상 무장해제된 반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전형적인 망신 주기식 정치공세라는 입장입니다.
심 후보자는 ‘법리와 원칙에 따른 일선 검찰청의 독립적인 수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정치보복’으로 규정한 만큼 만만찮은 공세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여사의 친오빠 김진우 이에스아이엔디 대표와 심 후보자의 인연도 집중적으로 거론될 전망입니다. 심 후보자는 지난 1일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에서 고등학교 동문인 김 대표와 관계에 대해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수사 등과 맞물리면서 야당은 심 후보자의 검찰총장 자질과 권력으로부터 검찰 독립 등에 대해 집요한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