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혐의없음 처분을 내리면서 청탁금지법과 알선수재 위반 등에 대한 공정성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돼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검찰 수사의 편향성이 불거지면서 향후 비슷한 수사에서 반발이 커질 것으로 법조계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던 ‘법과 원칙’도 힘을 잃어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월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인도·태평양사령부 방문을 위해 미국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탁금지법, 중대한 위기
검찰의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 결정 근거는 ‘법에 없다’는 겁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수수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서만 금지되며, 처벌규정도 없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에게서 300만원 상당의 디올백을 받은 것은 맞는데, 배우자이자 공직자인 윤 대통령의 직무와 상관없고, 청탁도 아닌 그저 ‘감사 표시였을 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정작 ‘디올백’을 선물한 최 목사는 ‘청탁을 했다’고 주장합니다. 최 목사는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을 국정 자문위원으로 임명하고, 사후에는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는 청탁을 김 여사에게 했다는 겁니다. 청탁으로 인정되면 알선수재 혐의가 성립됩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선물 전달 시점과 청탁 주장 시점이 1년 가까이 차이가 나고, 최 목사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는 데다 김 여사에게 관련 청탁이 전달되지 않아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선물 준 사람은 청탁이라고 하는데, 받은 사람은 감사의 표시만 적용돼 법리상 김 여사를 검찰이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의 명품백 사건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사진=뉴시스)
조세저항처럼 '법률저항' 우려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의 ‘무혐의 불기소 처분’에 대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 직권 회부를 지시하면서 최종 결과가 주목되지만, 이미 검찰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는 평가입니다.
당장 고위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고가의 선물이 전달돼도 책임을 묻기 힘들어졌습니다. 향후 검찰이 비슷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설 경우에도 ‘감사의 표시’로 받았다고만 하면 처벌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조세저항처럼 ‘법률저항’도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형법 등에서 알선수재는 금품을 받고 다른 사람의 직무에 관해 잘 처리해 주도록 알선한 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향후 비슷한 관련 수사에 맞닥뜨려도 진실을 캐내기가 무척 어려워졌다”며 “기소를 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법률적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