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고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관계자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내내 '국가 보안'을 이유로 관련 내용들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특히 야당이 제기하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과 계엄령 준비 의혹에 대해 '선동'이라고 주장하면서 난타전이 반복되기도 했습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 국회 정기회 제1차 국방위원회의 국무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02-800-7070 사용자 함구…"대통령실 번호는 보안"
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열쇠로 꼽히는 '02-800-7070' 번호에 대해 "대통령실 전화번호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이 보안으로 관리하고 비공개 하고 있다"며 "전화번호가 알려지면 사기·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02-800-7070' 사용자와 이종섭 전 장관의 지난해 7월 31일 통화 뒤,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 보류와 수사 결과 발표 연기 등이 이뤄진 만큼 번호의 주인을 찾는 것이 수사 외압 의혹의 실마리를 푸는 결정적 단서입니다.
그런데 해당 번호의 명의가 대통령경호처로 이미 확인됐음에도 김 후보자가 구체적인 사용자의 신원을 보안을 이유로 함구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가운데 해병대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 해임 무효 재판에 윤석열 대통령의 통신기록 조회 요청을 기각해 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 후보자가 임명된 이후 시점으로, 야당에서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자료 제공을 원천 차단하는 의도로 보고 있습니다.
이날 청문회는 난타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청문회 첫 질의자로 나선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계엄 준비를 위해서 가장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채워놓았느냐"면서 이른바 충암고 출신들이 군 주요 요직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김 후보자는 "사실이 아닌 것을 가지고 여러 가지 선동적인 말씀을 하시는데 이 자리는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부승찬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한남동 관저에 출입할 당시 함께 출입한 인원을 '손님'으로 숨겨 기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김 후보자가 의혹을 부인하며 "말조심하세요"라고 맞섰고 부 의원이 "누구보고 말조심을 하라는 것이냐"고 신경전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여당 소속의 성일종 국방위원장이 나서 김 후보자에게 "사실에 어긋난다고 할지라도 톤을 낮추는 것도 방법일 것"이라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충암파'까지 등장…"김건희 감옥행 막기 위한 계엄"
김 후보자 임명의 적절성을 놓고 여야가 맞붙은 건 '계엄령 준비' 의혹이었습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자에게 "최근 (후보자가) 수방사령관과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렀는가"라며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입구에서 경호처 직원의 안내로 불러서 무슨 얘기를 했는가. 계엄 얘기를 안 했는가"라고 추궁했습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도 "항간에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 대비를 위한 친정 체제를 구축 중이고 김용현 후보자의 용도도 그것이라는 얘기가 있는데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후보자를 중심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방첩사, 수방사가 하나의 라인으로 구축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에 갑자기 임명하려는 것과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 발언은 김건희 여사의 감옥행을 막기 위한 계엄 준비 작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서울 충암고 1년 선배인 김 후보자를 지명해 '하나회'처럼 충암파 계보를 만들어 군 세력을 장악하고 계엄에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김 후보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이런 발언이 군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든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계엄령을 발령하는 경우는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며 "그렇다면 계엄령을 하는 상황은 국민의힘이나 윤 대통령이 만들지 않는다"고 반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앞선 최고위원회의에서 "너무 무책임한 얘기다. 내 귓속에 도청장치 있다는 이런 얘기와 다를 바 없다"며 "거짓말이면 이건 국기문란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