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코젠, 무리한 증설에 유동성 위기…계열사는 공짜 매각

레진·배지 신사업에 '올인'…메자닌 자금조달 부메랑
'궁여지책' 비피도 매각…600억 투자 사실상 전액 손실

입력 : 2024-09-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아미코젠(092040)이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자회사 비피도(238200)환인제약(016580)에 매각했습니다. 시장에선 전환사채(CB)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행사로 유동성이 악화한 아미코젠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인수 당시 가격과 비교해 손실이 450억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손실을 감수하며 매각했지만 아미코젠이 실질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잇단 메자닌에 유동성 위기…부메랑 된 CB
 
아미코젠 인천 송도 배지 공장 전경. (사진=아미코젠)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비피도는 내달 15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원범 환인제약 대표를 사내이사로 선임할 계획입니다. 이번 임시주총결의는 비피도 매각에 따른 환인제약 인사들의 보드진(이사회) 진입 목적입니다.
 
앞서 비피도는 지난달 30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을 공시했습니다. 최대주주인 아미코젠은 150억원에 보유주식 전량인 245만4000주(30.00%)를 환인제약에 매각합니다. 13일 잔금 납입이 완료되면 최대주주는 아미코젠에서 환인제약으로 변경됩니다.
 
아미코젠이 비피도를 매각한 이유는 ‘유동성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입니다. 아미코젠은 지난 2020년부터 바이오의약 소재(레진, 배지 등) 사업을 위해 송도와 여수 공장 준공 등 생산시설에만 1300억원을 투자했습니다. 자금조달은 대부분 신주발행과 메자닌으로 이뤄졌지만, 이후 아미코젠의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유동성 우려도 커졌습니다. 
 
2021년 500억원 규모 1회차 CB와 87억원 규모 2회차 EB(교환사채)를 발행했으며, 2022년에는 400억원 규모의 3회차 CB를 발행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가 이어졌습니다. 3회차 CB의 경우 발행당시 전환가액은 2만4653원이었는데요. 전일 종가 기준 아미코젠의 주가는 5100원으로 전환가 대비 80%가량 낮습니다. 
 
주가하락과 유·무상증자에 따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으로 전환가액은 8037원까지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환가액이 주가보다 높습니다. 더구나 해당 CB는 표면·만기 이자가 0%로 풋옵션 행사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지난 7월에는 189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행사되기도 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미코젠의 부채비율은 129.41%입니다. 이중 차입금은 총 1570억원이며,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은 702억원에 달합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160억원에 불과합니다. 
 
450억 손실…계열사 매각에도 '빈손'
 
계열사 매각까지 이뤄졌지만, 아미코젠의 유동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미코젠이 비피도로부터 빌린 차입금 때문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비코젠은 비피도로부터 15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대여하고 있습니다. 아미코젠은 지난해 비피도로부터 100억원을 차입한 후 갚았으나 올해 상반기 150억원을 다시 차입했습니다. 비피도 지분 매각대금 150억원이 비피도에 빌린 차입금 상환에 그대로 사용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미코젠은 앞서 지난 2021년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 마이크로바이옴 기술 개발을 영위하는 비피도 주식 245만4000주를 601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주당 매입가는 2만4500원으로 기준주가 1만6829원에 경영권프리미엄 45.6%까지 붙여 지분을 매입했습니다. 
 
신용철 아미코젠 대표가 비피도 경영을 맡았지만, 이후 지분 가치는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매입 당시 511억원이던 비피도의 장부가액은 지분법 손실 및 손상차손이 반영되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154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아미코젠의 비피도 매각가격은 150억원입니다. 2021년 매입가격(601억원)을 고려하면 환인제약에 약 451억원의 손실을 입고 넘기는 셈입니다.
 
아미코젠이 대규모 손실을 감안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 매각에 나선 것은 최근 비피도의 횡령사건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됩니다. 
 
비피도는 앞서 지난해 170억원 규모의 1~2회차 CB를 발행했는데, 최근 비피도에서 81억원 규모의 횡령사건이 터지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발행했던 CB는 기한이익상실(EOD) 처리됐습니다. 올해 상반기 비피도의 현금성 자산은 85억원인데요. 아미코젠에 대여했던 150억원을 돌려받으면 충분히 상환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유동성 우려가 컸던 아미코젠은 해당 자금을 상환하지 않았고,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졌습니다. 비피도는 지난 7월 금융기관에서 100억원을 차입해 해당 CB를 모두 만기전 상환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미코젠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피도 CB에서 EOD까지 발생하면서 지분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피도에 차입금이 있지만,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미코젠 관계자는 “횡령사건 및 EOD 발생도 경영권 매각에 어느정도 영향을 준건 사실이지만, 가장 큰 이유는 풋옵션 대응을 위한 유동성 확보이고 배지, 레진 등 주력사업에 집중하기 위함도 있다”면서 “비피도 매각대금은 아미코젠 CB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될 것이고 비피도 대여금은 차후 상환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아미코젠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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