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2대 국회가 100일간 이어질 첫 정기국회의 막을 열었습니다. 11년 만의 여야 대표회담을 통해 '민생 공통 공약 추진 협의 기구' 운영에 합의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지만, 남은 100일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채상병 특검법'(순직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와 야당이 제기하는 '계엄령 의혹' 등 굵직한 정치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영향입니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오른쪽은 채해병 특검법 상정에 반대하며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빈자리. (사진=뉴시스)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정기국회 내 처리 '예고'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야당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을 법안심사 1소위로 회부했습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8일 민주당이 3번째로 발의한 특검 법안으로 수사 대상에 김건희 여사 등을 추가하고 특검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규탄 성명을 내고 "의사 일정상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을 위한 법사위가 개최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민주당에서 채상병 특검법을 일방 상정했다"며 "법안을 소위로 회부하기 위한 도구로서 이용한 거고 전형적인 꼼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당이 전날 발의한 4번째 채상병 특검법이 아니라 3번째 특검법을 소위에 회부한 건, 앞서 발의한 법안을 먼저 심사해 4번째 특검법을 전체회의를 거치지 않은 채 병합 심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정기국회 개회와 동시에 채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본격화된 셈인데요.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에서 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정부·여당의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이유로 '황제조사'를 받으며 면죄부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며 "주가조작과 명품백 수수 등 대통령 배우자의 범죄 의혹이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이를 그대로 놔두고서는 정상적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 운영의 주도권을 쥔 야당은 정기 국회 내에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입니다.
반면 여당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 방침을 세우고 맞설 예정입니다. 야 5당이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정쟁용'이라고 규정합니다. 한 대표는 "말만 제3자 추천이지 실상은 야당이 자기들 입맛에 맞는 특검을 고르게 만든 법"이라며 "정쟁용으로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라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피의자 된 문 전 대통령…여야 충돌 '뇌관'
계엄령 의혹과 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는 여야 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모양새입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같은 고등학교 출신들인 '충암파'를 기용해 탄핵 국면에 대비하는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민주당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가 이진우 수방사령관과 곽종근 특전사령관, 여인형 방첩사령관을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들인 점을 문제 삼아 '계엄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여당은 '가짜뉴스'로 맞받아치고 있습니다.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언급하며 '사법리스크'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고 역공에 나섰는데요.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흘리는 '개딸 결집용' 계엄 음모론에 속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이제라도 저열한 괴담선동을 중단하라"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의 피의자로 직접 규정해 수사에 나선 건 이번 정기국회 여야 대치의 최대 뇌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는 계파를 불문하고 단일대오를 형성해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도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대응을 위해 대책기구를 구성하거나 검찰독재위원회를 확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야당의 흐름에 여당은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합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퇴임 후 수사를 받는 일이 반복되는 것은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지만, 정당한 수사를 중단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