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됐지만, 산적한 숙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에 대해선 오히려 의문 부호만 붙었습니다. 야권이 제기한 주요 의혹과 현안 질의에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한 탓입니다.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엄정한 수사 의지를 내비치는 결정적인 ‘한 방’이 없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9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도 높은 청문회 비해 '결정타' 없어
3일 열린 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쟁점은 많았지만 속 시원한 해답은 없었다로 요약됩니다. 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오빠와의 친분, 심 후보자 배우자 및 자녀의 금전 문제 등이 집중 거론됐으나 ‘결정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이 전주지검의 문 전 대통령 전 사위 채용특혜 의혹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했지만, 심 후보자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며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할 뿐”이라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수사팀으로부터 (별도) 보고를 받지 않는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오빠인 김진우 이에스아이엔디 대표와 친분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일축했습니다. 야당은 심 후보자가 김 여사 오빠와 고등학교 동기라는 걸 지적하면서 검찰총장 후보자 지명 과정에 영향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심 후보자는 “(김씨와) 서로 연락한 일도 없고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라고 단언한 겁니다. 야당은 ‘추가 물증’ 등을 내놓지 못하고 심 후보자의 답변에 더 이상 공세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심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의 해외주식 보유와 딸이 정부의 서민금융인 햇살론 대출을 받은 점도 논란이 됐지만, 별 탈없이 넘어갔습니다.
심 후보자 배우자와 자녀는 테슬라와 애플, 엔비디아 등 20억원대의 해외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총장 후보자의 가족이 수십억원대 해외주식을 보유하는 게 바람직한 일인 지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지적했지만, 심 후보자는 “배우자도 전문직에 종사한다”며 “경제적으로 독립해 각자 재산을 갖고 있는데 제가 (주식을) 팔라 말라 이야기할 순 없다”고 말했습니다.
딸이 햇살론 대출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홀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한 것)"이라며 "(딸이) 혼자 살면서 스스로 생계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하고 모자란 돈에 대해 대출받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심우정 검찰총장 후보자가 9월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총장 임명 이후 '숙제 산적'
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4일 보고서 채택을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여당인 국민의힘 불참으로 무산됐습니다.
법사위는 5일 전체 회의를 다시 열어 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장관은 국회의 임명 동의 절차가 없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청문 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심 후보자는 총장 임명 이후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관측입니다.
문 전 대통령의 수사 처리와 김 여사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른 야당의 반발, 높아지는 검찰 개혁 목소리에 맞선 대응 등 숙제가 산적한 상황입니다.
심 후보자는 지명 직후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조직의 수호와 안정을 과제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윤석열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심우정의 검찰’로 재조직하면서 검찰 독립을 확립시킬 수 있을지가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늘 그렇듯 검찰총장은 정권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숙명이기는 하지만 조직의 안정을 위해 외풍을 얼마나 막아내느냐도 중요한 임무”라며 “검찰에 정통한 대통령 밑에서 심 후보자가 총장이 된 이후 이런 역할에 충실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