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0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와 외교 정책을 포함해 낙태권, 불법이민자 문제 등 쟁점마다 정면으로 충돌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두고 두 후보가 첨예하게 맞섰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밀월 관계'를 비판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을 비롯해 중국·러시아가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가 서로 다른 대북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리스, 김정은과 밀월관계 비판…트럼프 "북·중·러 날 두려워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TV토론에서 "트럼프가 김 위원장과 러브레터를 교환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며 "독재자들이 당신이 대통령이 되길 응원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아첨과 호의로 당신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당신과 함께 일했던 많은 군 지도자들이 나에게 당신이 수치라고 말하는 이유"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말을 인용하며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자신을 두려워한다"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일 때 김 위원장과 3차례 만나가며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동결시켰던 것과 달리 북한이 바이든 정부 임기 동안 연이어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도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날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를 소재로 한 두 후보의 언급은 이 정도에 불과했지만, 대북 접근법과 인식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 북한과의 적극적인 관계 개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기조대로 현 대북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겁니다.
이와 함께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 전쟁, 대이스라엘 정책을 놓고 서로 다른 인식을 보였습니다. 또 지난 202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책임론을 둘러싼 충돌도 빚어졌습니다.
경제 문제에서도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자 감세, 관세 공약 등이 중산층의 부담을 키우고 재정 적자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시절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었다. 그들은 경제를 파괴했다"고 바이든 정부의 실정을 강조했습니다. 또 해리스 부통령에게 "마르크스주의자"라며 "그녀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 경제학 교수이며 그녀를 잘 가르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TV토론을 시작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해리스 '낙태권' 트럼프 '불법이민'…치열한 공방전
낙태권 문제를 놓고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다시 선출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몰아붙였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 견해는 중요하지 않다"며 "주 차원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전역에서 임신과 유산에 대해 모니터링이 들어갈 것"이라며 "신체에 대한 선택권을 정부가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후보는 미국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유입 이슈를 놓고도 충돌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세적으로 토론을 이끌었습니다. 그는 "바이든의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우리 국경에 베네수엘라의 불법체류자들이 계속 들어올 것이고 미국 전역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며 "지금 베네수엘라와 남미의 국가 범죄율이 크게 낮아졌다. 이들 범죄자를 바이든이 (미국에) 들여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이민자들이 주민들의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주장까지 폈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의회가 추진했던 국경 강화 법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해 부결시킨 것을 언급하며 "트럼프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문제에서 달아나는 것을 선호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지금 우리 국가에 있는 사람들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를 원하는데 트럼프는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기소와 관련해서도 치열한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국가안보 범죄와 경제 범죄, 선거 개입으로 기소된 누군가"로 표현하며 "성폭력에도 책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공세를 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보았을 것이다. 나는 대부분 승리했다"며 자신에 대한 형사 기소가 "사법 무기화"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