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2014년 제정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폐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시대상에 맞게 단통법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여야도 단통법 폐지 자체에는 이견이 없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있습니다. 단통법 공백을 최소화할 대안 논의에 나선 것도 이러한 배경으로 꼽히는데요. 선택약정할인 유지, 단말기 시장 경쟁 유도방안 마련 등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폐지 세미나'에서 "법에도 생명이 있고, 시기도 운명이 있다"며 "단통법이 나올 때 가치와 내용에 있어 선제적으로 정리하는 부분이 이슈로 부각돼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정부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단통법 폐지 세미나'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성과·한계점 명확했던 단통법
단통법은 정보 격차에 따른 보조금 차별을 없애고, 마케팅비 절감이 통신서비스 인하로 이어져 가계통신비 부담을 덜게 하겠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통신시장 상황을 보면, 후발주자인
LG유플러스(032640)에 대한 지원과 함께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017670)을 경계할 필요성도 있었습니다. 강도현 차관도 "시장 경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었다"고 언급했는데요.
10년간 시행령 개정, 고시 개정을 통해 얻은 단통법 성과로는 단말기 구매방식의 다양화가 꼽힙니다. 정광재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은 이날 "통신3사 번호이동 가입자 비중이 2014년 30.9%에서 지난해에는 14.7%로 감소했고, 기기변경 가입자 비중은 5.2%포인트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급단말 비중도 4명 중 1명이 사용하는 수준으로 변화했습니다.
선택약정 할인 25%를 받을 수 있게 된 점도 단통법 공으로 꼽힙니다. 정 연구위원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서비스에 가입하려는 이용자도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게 돼 이용자 차별을 완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2021년말 기준 선택약정 할인을 이용하는 비중은 전체 가입자 중 46.2%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장려금 차별에 따른 문제는 여전합니다. 보조금 차별을 없애겠다는 본 취지가 무색한 상황인데요. 이종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이사는 "이용자 차별의 근본적 원인은 장려금 차별에 있다"며 "특정 임직원 혜택을 제공하거나 판매 채널간 통신사들의 장려금 차별 지속으로 불공정 혜택이 양성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단통법 폐지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요금할인 유지하고 단말기 시장 경쟁도 포함해야
앞서 3주전인 지난달 22일 민주당도 '단통법 폐지 및 바람직한 가계통신비 저감 정책 마련 토론회'를 열고 대안 마련에 나섰습니다. 여야 실무진 간 단통법 폐지 법안검토도 진행 중으로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단통법 폐지 이후 시장 안정화를 위한 대안도 논의 중입니다. 현재의 선택약정할인이 단통법 폐지 후에도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 우선 거론됩니다. 정광재 연구위원은 "단통법 폐지로 인해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혜택 제공이 소멸되지 않도록 해당제도를 전기통신사업법으로 이관해 유지하는 대안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선택약정 할인이 잘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단말기 시장 경쟁을 유도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최근 프리미엄 폰은 2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하죠. 송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실장은 "가계통신비에는 통신서비스 외에 단말가격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비용도 포함된 만큼 지원금 경쟁 촉진뿐 아니라 단말가격 인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황성욱 알뜰통신사업자협회 부회장은 "단말 가격을 낮추려면 제조와 서비스 시장을 분리해 단말과 통신을 결합해 판매할 수 없도록 규정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주당도 통신사는 서비스만 제공하고 단말기를 판매할 수 없도록 분리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