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 반환점)③협치와 거리 먼 안하무인 '배짱 정치'

거부권 남발·개원식 불참…국회 '무시'
협치 안 되는데 '여론 지지'도 못 받아

입력 : 2024-09-18 오후 3:30:00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유체이탈 화법". 임기 중반을 앞두고 진행된 국정브리핑을 본 야권 관계자들의 평가입니다. 4대 개혁은 물론 민생과도 동떨어진 대통령의 안일한 시각을 두고 한 말인데요.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소통 미흡'에 세 번째로 높은 부정 평가를 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무적인 역량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대통령에 곧바로 취임했습니다. 특유의 고집과 독선으로 취조하던 검사 스타일의 기존 방식을 빼낼 시간이 없었던 건데요. 그렇다고 지적이나 비판을 수긍하고 개선할 의지도 딱히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대로라면 핵심 지지층마저 등을 돌려 국정 운영 동력을 더욱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정치경험 없는 '검사 출신' 대통령의 한계 
 
취임 초반부터 윤 대통령의 약점으로 거론된 것은 정치경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회의원 한명 한명은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인데요. 정부안이 '정책'으로 결실을 맺으려면 최종 관문인 국회 통과가 필수적인데 정작 국회 설득 경험이 없는 겁니다. 
 
임기 중반도 되지 않아 행사한 총 21번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은 윤 대통령이 헌법이 명령하는 '협치'에 등을 돌렸다는 방증입니다. 헌법이 대통령의 거부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역대 모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함부로 남발하지는 않았습니다.
 
국회를 상대로 한 윤 대통령의 불통 행보는 급기야 22대 국회 개원식 불참으로 이어졌습니다. 입법부인 국회를 지속적으로 무시해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삼권분립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의 정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며 "의견이 다른 가운데 결과물을 내는 게 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이라고 역설했습니다. 
 
그렇다고 여당과 소통이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회 개원식 불참과 관련해 "제일 꼴 보기 싫은 사람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였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는데요. 보수 정치의 토양을 이루는 여당 대표와도 사실상 틀어진 상태입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대통령은 '내가 검찰총장 출신인데 누가 나보다 똑똑하겠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며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 밀어붙여 몇몇을 굴복시키긴 했지만 임기 초반에나 가능하지 임기 중반부터는 잘 안된다"며 "정치는 법보다도 상위의 개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종명 서브텍스트 공공정책연구소 대표는 "분명 인재들이 있는데 대통령은 본인과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의심하고 본인보다 나은 사람도 가르치려고 든다"며 "협치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라고 전했습니다.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인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28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국회 거부' 대통령실 규탄 관련 국회운영위원회 야3당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본인 눈엔 소신국민 눈엔 '똥고집'"
 
여소야대 형국에서 대통령이 유일하게 기댈 곳은 '국민 지지'밖에 없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협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닐 때 제일 좋은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일"이라며 "그런데 여론 지지를 못 받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소통을 강조하며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질의응답), 국정브리핑 형식의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오는 11월에도 국정브리핑이 예정돼 있는데요. 정작 지난달 열린 국정브리핑에선 국정후반기 토대를 다지는 자리였는데도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현실인식을 보여주며 불통에 쐐기를 박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종훈 평론가는 "한번 시작한 일은 밀고 나간다는 점에서 일관성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본인은 소신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국민 보기에는 완전히 '똥고집'"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강공 드라이브로 끌고 가려면 임기 반쯤 된 시점에 온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의료개혁에서 보듯 그렇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이 평론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속도로 뚫는 심정으로 하는 것 같은데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총선 패배 직후 잠시 변하는 듯했다가 도로 불통이 된 것 같다"며 "보수 지지층 내에서도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대통령의 태도가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지지율은 추가적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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