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두 번째로 진행된 국정브리핑을 통해 의료개혁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습니다. 최근 '의료 공백' 사태야말로 의료개혁을 해야 하는 이유라며 "멈출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건데요. 정작 의료 현장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윤 대통령은 "현장 관리가 잘 되고 있다"며 특유의 '마이웨이'를 고수했습니다. 의료대란의 마지막 출구마저 막은 셈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무조건 안 된다는 의사단체"…윤 대통령 '불신'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을 통해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이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앞으로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방안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의료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기자회견에서는 윤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윤 대통령이 언론으로부터 질문을 받은 것은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 이후 3개월여 만인데요.
'의료 공백 사태가 한계에 이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는 분들의 주장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의료현장에 가보는 게 좋을 거 같다"며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고 현장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관계자들이 헌신적으로 뛰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지방 종합·공공병원을 가보면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는데 이 때문에 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하는 거지, 의료개혁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 문제를 저출생 문제에 비유하며 "저출생에 지난 20년 동안 수백조원 예산을 투입했지만 해결이 안 되지 않았냐"고 말했습니다. 의료개혁 문제도 노동개혁이나 교육개혁, 저출생문제를 해결하는 것만큼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의대 증원 2000명을 고집할 일이냐는 질문에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나타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사단체와 37회 협의했고 필요한 추계를 제출하라고 했는데도 한 번도 낸 적이 없다"며 "지금 의사 수를 증원해도 10~15년 뒤에나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또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의사단체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서 오히려 줄여야 한다고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아비규환' 현장 외면한 윤 대통령의 '일방통행'
윤 대통령이 의료인의 헌신을 강조하며 의료개혁 추진 의지를 재차 천명했지만 의료 현장의 반응은 갸우뚱합니다.
의료개혁 추진에 대해서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이탈한 만큼 협상 방식에서 아쉽다는 의견입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현장에 충격을 덜 주면서 숫자를 늘릴 방법이 정말 없었을지 의문"이라며 "당장 2026년 증원 계획으로도 이견이 나오는 데 의대 증원이 어디가 마무리가 된 건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응급실 의료 공백과 관련해서도 "그나마 열심히 일하던 사명감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들마저 의료개혁 발표 이후 현장을 뛰쳐나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의료 현장에 가 봐야 할 사람은 윤 대통령 같다"며 "병원 뺑뺑이만 돌다 환자들이 죽어 나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불통"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일반 병원들이 연휴로 문을 닫으면서 응급실에 환자가 몰릴 경우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히 가동되고 있다는 대통령 발표와 달리, 이날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등 40여명의 병원장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고 응급의료체계 유지를 위한 특별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정부는 병의원들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에도 응급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다음 달 11∼25일을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응 주간으로 정하고, 응급 의료를 지원하는데요.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신속히 추진하는 한편 병원 건의 사항을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