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반도체를 비롯해 국내 경기부진 경고음이 커졌습니다. 모건스탠리가 메모리 시황이 부진할 것 같다는 보고서를 내놨고 미국의 큰 폭 금리인하는 경기부진을 방증하는 것이란 부정적 해석이 겹쳤습니다. 적어도 국내 환율 변동성을 높이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경기낙관론을 경계하고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을 대비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빅컷(큰 폭 금리인하)은 아시아 자산시장에 큰 혜택을 가져 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미국의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면 상대적으로 메리트가 생기는 아시아 시장에 외환 투자가 유입될 것이란 기대입니다. 그럼에도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은 유독 부정적 영향이 부각됩니다. 전날 국내 증시에서 특히 반도체 주가가 부진했습니다. 미국의 빅컷 이슈에 더해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악재를 더한 모양새입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는 HBM 메모리가 공급과잉이란 진단입니다. 이는 생성형AI에 대한 수요 확대 기대감이 지나치다는 회의론과 상통합니다. 관련 보고서 공개 이후 엔비디아를 상대로 HBM 공급을 주도해왔던 SK하이닉스 주가 낙폭이 비교적 컸습니다. 삼성전자 주가도 하락했지만 SK하이닉스보다는 덜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추석 연휴 전날보다 6% 내렸고 삼성전자는 2% 정도 떨어졌습니다.
모건스탠리 보고서를 국내 산업동향에 비추면, 삼성전자가 HBM 공급을 늘리고 고객사 공급망에 진입하게 됨으로써 공급과잉이 된다는 내용으로 풀이됩니다. 기존에 SK하이닉스가 독점하다시피 수혜를 누렸던 생성형AI 호재가 공급망 측면에서 반전됐다는 게 모건의 관측입니다. 이는 일견 합리적인 분석이지만 국내 반도체 산업 측면에선 나쁘지 않습니다. 결국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파이를 나눠먹게 되는 구도라 한국이 수혜라는 측면엔 변함이 없습니다.
줄곧 삼성전자에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던 모건스탠리와 악연도 부각됩니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모건 보고서에 반박할 여지도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 비중을 확대할 예정이긴 하지만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지난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시장점유율을 중시한 판매량 전략보다 수익성 위주 질적 성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주주들에게 설명했습니다. 실제 삼성전자 투자내역만 봐도 생성형AI 수요가 폭발할 것 같다는 시장 수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뒤처졌던 후공정 위주로 보완하며 수요에 탄력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2분기에 삼성전자는 생성형AI 수요 붐에 대응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란 입장이었습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공급이 늘어나고 생성형AI 붐이 거품이라 반도체 시황이 하락반전될 것이란 모건스탠리 전망은 전적으로 신뢰하긴 어렵습니다.
미국의 빅컷은 아시아 자본시장에 해외 자본이 더 유입될 수 있는 유인이지만 그만큼 글로벌 경기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부정적 견해도 낳습니다. 이런 경기부진 우려는 주로 중국에 기인하고, 중국시장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에 악재로 다가옵니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 인하는 달러 약세 요인이라 유가 강세로 연결됩니다. 이는 국내 SK, GS, HD현대를 비롯해 정유, 조선 산업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그룹들에 긍정적입니다. 유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커졌던 전례가 많습니다. 하지만 근래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에도 유가가 저조했던 점을 고려하면 달러 약세라도 유가 상승이 억제될 수 있습니다.
국내 부동산 가격 인상 억제 정책 아래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 힘든 여건을 고려하면 미국과 금리차가 벌어질 것도 산업계엔 부정적입니다. 직관적으로 원화 강세화 되면 수출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수입원가 측면에선 나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수출 시장 중국 경기가 부진하다는 게 호재보다 악재가 될 불안을 야기합니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하로 일본 엔화의 강세 전환 시 원화환율의 하락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을 듯 보인다”며 “특히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거나 변동성 확대 시 최근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중국 경기는 지난 8월 수출이 회복세를 지속한 반면 소비와 생산 투자 등이 둔화됐습니다. 수출보다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더 부각되는 형국입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