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포럼 2024)“사적연금 개혁 유일책, 수익률 제고”

1세션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 발표
연금자산 운용 효율화를 위한 제도 및 규제 개편 제안
퇴직연금 소득대체율 목표, 최소 20%…대안은 기금형·CDC

입력 : 2024-09-25 오후 2:56:24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디폴트옵션 상품에서 원리금 보장 상품은 배제돼야 합니다. 퇴직연금의 적립금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는데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수익률 제고입니다. 수익률이 올라가면 법으로 강제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지 않아도 적립금 규모는 저절로 커집니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 연구위원은 25일 <뉴스토마토>가 개최한 '2024 뉴스토마토 연금포럼'에 참여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연금 3층구조, 소득대체율 측면서 유기적 연결 필요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2024 뉴스토마토 연금포럼>에서 '연금자산 운용 효율화를 위한 제도 및 규제 개편'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남 연구위원은 연금개혁은 국민·기초·퇴직·개인연금 등 다층구조의 연금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각층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이 40%의 소득대체율을 감당할 때 60%의 적정 소득 대체율을 맞추기 위해선 퇴직연금이 적어도 20% 이상의 소득대체율을 책임져야 한다”며 “각층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는데 현재의 퇴직연금은 소득대체율 측면에서는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행 연금제도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구조입니다. 1층은 국민연금·직역연금 등 공적연금, 2층은 퇴직연금, 3층은 개인연금이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사적연금으로 분류됩니다.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는 퇴직연금도 함께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현행 퇴직연금 제도가 노후소득 보장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현재 퇴직연금은 퇴직 시점에 일시금으로 인출하고 중도인출 등으로 적립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수익률이 낮아 증식도 많이 되지 않아 연금으로서의 소득대체율은 굉장히 낮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퇴직연금의 운용방식은 회사가 금융사와 계약해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식입니다. 다만 가입자들이 투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적립금의 90% 가량이 원리금 보장 상품에 집중됐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수익률이 낮은 원인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대한 집중 등의 문제가 10여년 전부터 제기되고 있는다”면서 “소중한 노후 자산을 위험하게 운용할 수 없다는 전제에 대부분의 퇴직연금 운용 체계가 보수적으로 잡혀 있다”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보수적인 수준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입니다. 남 위원은 “퇴직연금의 원금보장 비중은 한 87% 정도로 그 비중 자체가 높다”면서 “장기 투자자산인 연금자산의 운용을 내내 예금으로 운용한다는 것은 자산운용 관점에서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원리금 보상 상품은 은행의 예적금과 보험사의 최저이율보증보험(GIC) 등으로 구성됩니다. 원리금보장형의 5년 평균수익률 2.12%인데요. 같은기간 물가상승률(2.20%)을 반영할 경우 실질가치도 보존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자산 운용면에서 보자면 단기적인 자금의 보관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남 연구위원은 “이자가 확정되는 원리금보장 상품의 수익률은 실질가치를 보전하기도 힘들다”면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원리금보장 상품은 어떤 면에서는 확정적으로 실질적인 손실이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원금과 이자까지 보장되는 원리금 보장 상품을 디폴트옵션의 운용 상품으로 쓰는 경우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수익률 제고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 논의할 때"
 
남 연구위원은 현재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논의되고 있는 정책 방안들도 완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현재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정책 방안들은 원리금 보장이 있는 적립금을 실적배당 등 위험상품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현재의 실적배당형 상품들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퇴직연금을 위험상품으로 옮기면 수익률이 무조건 올라갈 것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얘기”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최근 10년간 실적배당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2018년 4.8%에서 2022년 1.78%까지 내렸습니다. 같은해 원리금보장형 10년 평균수익률(1.95%) 보다 낮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변동성이 큰 만큼 아직은 정책적으로 드라이브를 걸 만큼 충분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투자 자산이라고 볼 수 없다”며 “분산된 위험의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대안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및 CDC(집합운용DC)를 들었습니다. 일반 DC형 퇴직연금은 개인이 직접 운용지시를 하고 운용 위험도 개인이 부담합니다. 지배구조상 계약형 퇴직연금으로 운용됩니다. 반면 DC(확정기여)형을 모아서 운용하는 CDC는 기금 등을 통해 연금을 집합 운용해 직장인 개개인이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남 연구위원은 “근로자 개인이 장기간 이어지는 연금자산 운용과 자산배분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퇴직연금 기금화를 통한 국민연금 직접운용이 언급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현 제도에서 자리잡은 계약형 퇴직연금은 효과적인 CDC 구조를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CDC 제도 도입과 확산을 위해 기금형 지배구조 퇴직연금 제도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적연금 적립금 규모 확대 역시 수익률 제고를 통해 자연스레 해결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는 “적립금 규모를 늘리는 방안으로 퇴직금 제도에 있는 근로자들을 퇴직연금 제도로 강제 전환는 일원화와 중도인출을 방지하는 방안, 연금 일시금 지급 방지 등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들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수익률이 올라가면 법으로 강제하거나 세제 혜택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적립금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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