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승주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사를 맡은 검찰이 궁지에 몰렸습니다. '두 번째'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김 여사에게 가방을 준 최재영 목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를 권고한 겁니다. 수심위는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건넨 명품백에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앞서 명품백 의혹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을 냈고, 최 목사를 부르지 않은 상태에서 열린 '첫 번째' 수심위에선 김 여사에 관해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 목사가 소집을 요청한 두 번째 수심위에선 결과가 180도 달라진 겁니다. 검찰이 수사팀과 수심위 권고를 수용한답시고 '김 여사는 불기소, 최 목사는 기소'한다면 검찰은 스스로 '엉터리 수사를 했다'라고 자인하는 꼴이 됩니다. 검찰의 최종 결론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9월 2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재영 수심위 '기소' 권고…검찰 '난감'
검찰 수심위는 지난 24일 밤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에 대해 '8(기소) 대 7(불기소)'의 의견으로 ‘기소’를 의결하고, 중앙지검 수사팀에 권고했습니다.
명품백은 청탁의 대가가 아니고, 윤 대통령과 직무 연관성도 없기 때문에 김 여사와 최 목사 둘 다 기소할 수 없다는 중앙지검 수사팀의 결과를 뒤집은 셈입니다. 앞서 전임 이원석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해 지난 6일에 개최된 ‘김 여사 수심위’도 검찰 결론과 마찬가지로 불기소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목적으로 열린 최 목사 수심위는 '청탁 대가성이 있다'고 본 겁니다. 두 번이나 수심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만큼 검찰의 최종 결정에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수심위는 2018년 설치된 이후 그동안 15차례 열렸습니다. 이 가운데 수심위 의견이 검찰과 의견이 다른 경우는 8건에 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9월 22일 윤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에 동행한 뒤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엇갈린 수심위 판단…복잡해진 검찰 속내
검찰의 속내는 복잡합니다. 엇갈린 수심위 권고대로 '김 여사는 불기소, 최 목사는 기소'로 가닥을 잡을 경우 '받은 사람은 불기소, 준 사람은 기소'라는 법 감정의 모순과 관련 수사가 엉터리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기소 이후 재판 과정에서 명품백을 놓고 최 목사는 김 여사와 연관성을 강조할 공산이 큽니다. 법원 판단에 따라 김 여사가 재판정에 출석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됩니다.
당초 검찰 결정대로 김 여사와 최 목사 모두 불기소 처분으로 최종 결론지어도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입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의 공세 강화와 '봐주기 수사'라는 여론 악화도 신임 심우정 검찰총장에게는 부담입니다.
참여연대도 "수심위가 공직자 배우자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우 처벌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상식에 근거한 판단"이라며 "그동안 사건과 관련해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해 혐의가 없다고 본 국민권익위원회와 중앙지검 수사팀의 판단과는 정반대의 결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핑계로 법률과 상식에 반하는 판단으로 일관해 온 검찰에 엄중히 촉구한다"며 "금품을 받고 금품제공자의 청탁에 응한 김 여사에 대해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반드시 기소해야 하고, 배우자가 금지된 금품을 수수한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승주 선임기자 seoultubb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