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개혁신당의 김종인 전 공천관리위원장과 이준석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이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을 요구했다'는 본지의 보도를 사실상 인정했습니다. 이들은 공천 과정에서 개혁신당이 김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순번을 약속한 적이 없다면서도 김 전 의원 측으로부터의 요구가 있다는 사실은 확인해줬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과 관계된 전·현직 의원들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2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례 1번 달라고 했다 나중에 3번 달라고 해"
김 전 위원장은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김영선 (전) 의원이 처음에는 (비례대표) 1번을 달라고 그랬다가 나중에는 3번 달라? 그건 거론할 가치가 없으니까 난 상대도 안 해버렸다"며 "내가 그 문제에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내가 그 문제에 대해 일체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까 김영선 의원이 우리 집을 또 많이 찾아왔다"며 "집사람이 (김 전 의원을) 전혀 만나주지 않다가 출근길에 마주치게 됐는데, 당신이 개혁신당의 비례가 되면 개혁신당은 망한다. 그러니까 그 말 끄집어내지도 말아라 하고 보내버렸다"고 덧붙였습니다. 4·10 총선 당시 개혁신당의 공천 전권을 쥔 김 전 위원장이 김 전 의원의 비례 1번 요구를 재확인한 겁니다.
이 의원도 같은 취지의 답을 내놨습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개입 의혹 폭로 시 개혁신당 비례대표 1번 제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그건 김 전 의원 측의 기대와 요구였고 개혁신당 측에서는 제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당시 김 전 의원이 주변에 이야기한 것에 비해 폭로 내용이 완결성이 없을뿐더러 대중적으로 논란이 있는 김 전 의원의 개혁신당 합류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부정적이어서 거부됐다"며 "김 전 의원이 따로 공천관리위원장께 계속 안 되는 것을 요구하느라 공천관리위원장과 가족까지 상당한 불편을 겪으신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과 이 의원이 당시 상황에 대해 공통된 설명을 내놓고 있는 건데요. 다만 이 의원의 해명 과정에는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의원은 개혁신당에서 김 전 의원에게 비례 1번을 제시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놨는데, 본지는 개혁신당이 아닌 김 의원이 비례 1번을 요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김 전 의원의 비례대표 요구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허 대표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김 전 위원장이 김 전 의원이 비례대표 1, 3번을 요구한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라는 질문에 "(비례대표) 1번에 대한 번호 얘기는 듣지 못했다"면서도 "비례대표를 원한다는 말을 들었고 그 부분에 대해 반대했었던 것만 기억한다"고 했습니다.
허 대표 역시 개혁신당이 김 여사 공천개입 폭로를 전제로 비례대표 초번을 약속했다는 질문에는 "저희는 약속한 바가 없다"며 "김 전 의원이 몇 번을 얘기했다는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경상남도 하동의 칠불상에서 김 전 의원과 이 의원이 왜 만났느냐는 질문에는 "해당 상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022년 4월 29일 당시 윤상현 국민의힘 6.1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6.1 재보궐선거 공관위 1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시 공관위원장 윤상현 "소설 같은 이야기"
이런 가운데 본지의 이번 보도와 관련해 A 의원과 김 전 의원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도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을 지낸 윤상현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한마디로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반박했습니다.
윤 의원은 "당시 공천자로 정해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김영선 전 의원으로 변경된 일 자체가 없다"며 "허장성세를 교묘하게 짜깁기한 녹취 파일에 기반한 근거 없는 폭로 보도가 사실인 양 보도되는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당시 위원장으로서 오직 공정한 원칙과 기준에 따라 '이기는 공천'을 단행했고 7개 지역 중 5곳에서 승리했다"며 "이 과정에서 투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심사했으며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