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 또 한고비…의정갈등 이어 노정갈등

보건의료인력 확충·공공의료 대책 지지부진
매달 진행된 노정합의 이행점검 회의도 중단

입력 : 2024-09-27 오후 4:33:48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의대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이 노정갈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 소통 창구인 여야의정협의체가 난항을 겪으며 의료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데, 병원의 경영위기 책임이 보건의료 노동자들에 전가되면서 새로운 갈등이 싹트고 있다는 겁니다.
 
정부가 의사 증원에만 방점을 찍고 나머지 보건의료인력 정책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의사들에 대한 처우개선 대책들은 내놓고 있지만, 정작 간호사와 요양보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확충과 공공의료 강화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겁니다.  
 
27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9.2 노정합의’에 따라 매달 진행했던 노정합의 이행점검 정례회의가 현재 중단된 상황입니다. 노조와 보건복지부는 노정합의 이후 그동안 정례회의를 통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와 보건의료인력 확충 등 핵심 합의사항들을 이행하고 관련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2023년 초부터 정례회의가 중단됐고, 의대정원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정합의 논의는 더 힘들어졌습니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앞에서 조속한 진료 정상화와 불법의료 근절 등을 촉구하며 선전전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송금희 보건의료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공공의료 중요성이 부각됐고 어렵게 노정합의를 이룰 수 있었다”며 “그러다 윤석열정부 들어 각종 국가위원회에서 노동조합이 배제되기 시작했고, 노정합의에 따른 이행점검 회의도 공식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개혁 논의 과정에서도 노조는 배제되고 있다”며 “의정 갈등이 불거지고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는 보건의료노동계를 대표할 수 없는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참여하고 있다. 여야의정협의체에서도 노조는 참여를 주장했지만, 의사단체들만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 확충 시급
 
보건의료노조는 의료개혁을 통해 의사인력뿐 아니라 보건의료인력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노정합의를 통해 간호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6개 직족의 우선순위를 정해 단계적으로 인력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기준 마련조차 완료되지 않았습니다. 간호서비스 강화와 간호인력 처우개선을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개편 논의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희선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복지위-보건의료노조 보건의료현안 긴급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조는 올바른 의료개혁을 위해선 △의사를 포함한 현장 보건의료인력의 확충 △의료기관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필수의료와 지역·공공의료를 살릴 수 있는 수사와 재정정책이 관건이라고 봤습니다. 아울러 △의사인력 양성과 배치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불법의료 근절과 진료지원(PA) 제도화 등을 꼽았습니다.
 
의료공백 사태로 인해 환자뿐 아니라 현장을 지키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의 고용과 생존권도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병원들의 경영위기 책임이 노동자들에 전가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의료공백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5월 보건의료노조가 실시한 의료현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립대병원·사립대병원 47곳 중 비상경영을 선포한 병원만 35곳에 달했습니다. 전체 병원의 74.5%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하면서 이들 병원들은 병상과 인력 운영 효율화, 비용 절감에 나섰습니다. 노조는 현장에서 무급휴가·휴직 강요와 연차휴가 사용 강제, 시간외근무 자제, 근무시간 단축 등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실질적으로 임금이 삭감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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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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