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왓타이 국제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5박6일간의 동남아 3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습니다. 무엇보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명태균 씨의 폭로성 발언이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여기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당정 갈등, 의료계와의 의정 갈등도 여전해 전방위로 수세에 몰린 상황입니다.
'김건희 리스크'에 덮인 순방 성과
지난 11일 귀국한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윤 대통령은 동남아 3국 순방을 통해 필리핀과 원전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고 싱가포르와는 '공급망 파트너십 약정'을 맺었습니다. 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과 최상위급 파트너십인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를 수립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신임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 외교를 비롯한 한·일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과들이 김 여사 리스크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는데요. 윤 대통령이 출국한 바로 다음 날인 7일 22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김 여사가 연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윤 대통령의 순방 효과를 억제했습니다. 국회 주요 상임위원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가방 수수, 공천 개입, 대통령 관저 불법 증축,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 KTV 국악 공연 황제 관람 등 김 여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과 논란이 국감을 뒤덮었습니다.
명태균 씨를 둘러싼 파장도 한몫했습니다. 순방 기간 중 명 씨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대선 당시) 그 가족들(윤 대통령 부부를) 다 앉혀 놓고 (조언)했다",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되겠나" 등 협박성 폭로를 이어갔습니다. 명 씨는 이후 파장이 커지자 "농담 삼아 한 이야기"라고 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이 외에도 명 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에게 과거 선거에서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며 여권 전체로 불씨가 번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공식 해명을 통해 명 씨와의 관계에 대해 선을 그으려 했지만, 명 씨와 동행한 다른 정치인들의 반박이 쏟아지면서 대통령실의 해명은 금방 무색해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체코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해 공군 1호기에서 내려 환영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한동훈' 회동 핵심도 '김건희'
향후 윤 대통령의 과제도 김 여사의 대외활동과 명 씨의 폭로성 발언을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느냐 여부가 될 전망입니다. 다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 국면을 해소해야 한다는 점도 윤 대통령의 과제로 꼽히는데요. 10·16 재·보궐 선거 이후 진행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도 김 여사 문제가 핵심입니다. 김 여사의 사과나 공개 활동 제한 등에 대한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대표는 지난 9일 당 일각에서 나오는 김 여사 활동 자제 요구에 대해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전날에는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기소 여부와 관련해 "검찰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언급했는데요. 김 여사 문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으로 해석됩니다.
두 사람은 독대 자리에서 김 여사 리스크를 포함해 명 씨 발언 논란, 의대 증원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이번 독대 자리가 두 사람의 갈등을 진화하는 한편 정국의 타개책을 도모하는 분수령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여론은 여전히 김 여사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지난 10일 공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10월7~9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 면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데 대해 '잘못한 결정'이라고 한 응답은 60%였습니다. '잘한 결정'이라고 한 응답은 22%에 그쳤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