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은 '기본권')②갈길 먼 탈시설 주거권…자립생활 '사각지대'

거주시설 입소 2만5886명…시설 나오면 지원주택로
지난해 서울의 '심한 장애' 3만619명…주택은 116호
전문가들 "주택 질·접근성 문제…탈시설예산 삭감 중"

입력 : 2024-10-14 오후 3:30:00
[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 기자] 탈시설 장애인들도 주거빈곤층으로 꼽힙니다. 시설을 나와 갈 수 있는 주택이 부족하고 주거환경도 미흡해 주거권이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주거복지 정책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기존 '시설 보호' 중심에서 벗어나 탈시설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장애인거주시설은 1426곳, 입소자는 2만5886명입니다. 장애인거주시설을 나오게 되면 혼자서 최장 4년간 살 수 있는 장애인 자립생활주택, 그룹홈(공동생활가정)에서 거주하게 됩니다. 이후엔 장애인지원주택이나 다른 임대주택에 살아야 합니다. 박주석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간사는 "시설 안에서 자립생활 의지가 있고, 나갈 의사가 있다는 말씀하는 사람들 있어서 이분들은 시설을 나오게 된다"면서 "주된 이유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일상생활을 통제당하는 게 답답해서 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장애인거주시설을 떠나더라도 문제는 계속 이어집니다. 가장 큰 건 이들이 살 주택 숫자가 모자란다는 겁니다. 지난 4월 말 현재, 서울에는 64채의 자립생활주택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84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8월24일 기준 서울 내 장애인거주시설 입소자 2871명에 비해 턱없이 적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탈시설장애인당 관계자들이 2월6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집회를 열고 장애인권리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애인지원주택의 경쟁률은 더 치열합니다. 복지부가 집계한 '심한 장애'(중증 장애, 옛 1~3등급)를 가진 장애인은 지난해 97만8634명입니다. 지난해 신규 편입된 심한 장애 인원은 2만9720명입니다. 서울만 해도 지난해 기준 심한 장애 인원은 3만619명입니다. 반면 서울의 장애인지원주택은 지난 7월 기준 116호입니다.  
 
장애인지원주택은 장애인을 위한 지원 서비스가 병행되는 주택입니다. 서울의 경우 임대보증금은 300만원, 월 임대료는 평균 32만원(9만~45만원)입니다. 시세의 30% 수준입니다. 서울시에선 저소득층 장애인에 대해선 1인 최대 34만1000원의 주거급여도 줍니다. 이는 장애인지원주택 월 평균 임대료보다 많은 액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주택의 질도 문제 삼았습니다. 박주석 간사는 "공공임대주택은 장애인 접근성도 문제"라며 "보통 임대주택은 주택구조상 개조가 어렵거나 나중에 집주인이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일도 많다. 그렇게 되면 장애인 불편이 가중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14만호 중에서 7000호를 장애인 우선 공급 대상으로 했는데,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임대주택에 들어간 장애인들이 가장 크게 느끼는 애로사항이 접근성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적고, 문턱이 높다든지, 복도에 휠체어나 기구를 놓을 장소가 없다든지, 집안에 보조기구를 설치하지 못하는 겁니다. 우창윤 유니버설디자인협회장(전 서울시의원)은 "화장실 문이 너무 좁아서 휠체어가 화장실 안으로 못 들어간다"며 "변기에 앉았다가 일어날 수 있도록 변기 옆에 안전손잡이를 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도 "탈시설 장애인 등의 주거권 보장은 정부 의지가 중요하다"며 "공공임대주택이 공급되더라도 휠체어나 화장실 시설 정비 등 추가적인 부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어 "관련 예산은 계속 삭감되고 있다"며 "주거 사각지대에 놓인 계층에 대해 정부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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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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