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의 화두는 단연 '김건희'였습니다. 야당은 정국 '뇌관'으로 떠오른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여당은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등을 문제 삼으며 김 여사를 엄호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향후 법사위 국감에서도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주요 이슈로 다뤄지면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정점에 달할 전망입니다. 법사위는 오는 15일 감사원, 18일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대한 국감을 진행합니다. 이달 21일엔 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제보자인 강혜경 씨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강 씨는 앞서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제보자 E 씨로 등장한 인물입니다. 검찰이 내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불기소' 처분할 거란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국감 중후반으로 갈수록 김 여사 특검론은 한층 거세질 전망입니다.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와 관계자들이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의 '공수처가 존속되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달라'는 질문에 손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야 "대통령실 압수수색"…여 "민주당과 협업하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14일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을 집중 공략했습니다. 이 의혹은 명태균 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의혹으로 '채상병 수사외압'과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공수처 수사4부에 최근 배당됐습니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명 씨가 매일 윤 대통령 측에 3000~5000개의 샘플 조사를 보고하고 3억6000만원을 청구했지만, 돈을 못 받았다고 말한다.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이 아니냐"며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에 오동운 공수처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자, 서 의원은 "대통령 후보 당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인 만큼 이는 당선무효형"이라고 직격했습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명태균 게이트 핵심은 여론조사 비용이 '국민의힘 대선 비용'으로 처리되지 않은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개인 채무를 진 걸로 보이는데, 이를 '공천 헌금'으로 갈음했다면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각을 세웠습니다.
이어 "3억6000만원 뇌물 혐의가 밝혀진다면, 윤 대통령은 역사상 가장 부패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대통령이 뇌물 받고 공천을 줬다면 '수뢰 후 부정처사죄'까지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건태·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거론했습니다. 이 의원은 "김 여사가 명품가방 소유권을 포기하는데, 공수처 입장에서 명품가방은 '알선수재의 대가 물품'에 해당한다"며 "만약 검찰이 폐기처분 할 때까지 공수처가 명품가방을 압수하지 않으면, 이는 공수처장의 책임"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수수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할 때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게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비판했습니다. 김 의원도 "검찰이 청탁금지법을 근거로 김 여사를 불기소했는데, 이 사안의 본질은 뇌물죄 혹은 알선수재"라고 짚었습니다.
그러자 오 처장은 "지적하신 판례를 깊이 살펴보고, 알선수재 성립 여부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앞서 공수처는 검찰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을 최종 처분하는 걸 지켜본 뒤, 같은 내용의 고발 사건에 대해 처리 방향을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당 이성윤 의원은 "김건희를 찾으려면 이익·편법이 있는 곳으로 가보라는 국민 비아냥이 있을 정도"라며 "공수처가 결연하게 나설 때다. 김건희 전담수사팀을 꾸려서 대통령실을 압수수색 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에선 '공수처 무용론'을 띄웠습니다. 곽규택 의원은 공수처에서 나온 기관 증인들에게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존속해야 한다'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에 해체돼야 한다' 중 선택해 거수하라고 한 뒤, 질의를 이어갔습니다.
곽 의원은 "공수처의 출범 배경, 예산 대비 업무량, 편파적 수사 등을 고려하면 과연 공수처가 수사기관으로서 존속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당 유상범 의원은 "공수처는 '민주당 고발수사처'라는 말을 들어왔다"면서 "그런데도 공수처가 보여준 건 무능력한 수사였고 1가지 잘하는 건 수사상의 기밀 누설"이고 각을 세웠습니다.
명품가방 이어 주가조작도 '불기소' 가닥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받는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다는 방침입니다. '명품가방 수수'에는 처벌조항이 없다는 명분이라도 있지만, 주가조작은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요. 4년 넘게 사건을 질질 끌면서 '황제 조사'와 '총장 패싱' 등의 논란까지 일으킨 검찰이 결국 김 여사에게 면죄부를 주는 수순입니다.
김 여사 계좌 3개에서 48건의 통정거래(미리 짜고 하는 거래)가 이뤄졌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지만, 김 여사가 시세 조종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 도왔다는 '직접적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검찰 주장입니다.
그러나 최근엔 김 여사가 검찰 수사가 시작된 2020년 이후로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와 40여차례 연락을 주고받는 등, 주가조작 핵심 인사들과 관계를 유지한 정황을 보여주는 과거 수사기록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이에 법조계에선 김 여사처럼 '전주' 역할을 한 손 씨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김 여사와 모친이 이 주식을 거래해 23억원대 차익을 얻었다는 점에서 법원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검찰이 명품가방 수수에 이어 도이치모터스 사건까지 불기소로 결론 낼 경우,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입니다. 특검 수사 여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