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반려동물의 죽음

입력 : 2024-10-21 오전 6:00:00
엄마는 울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거동이 어려운 토토 밥 챙겨주기가 버거웠다고 합니다. 지난해 암 수술 후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3년 여간의 반려동물 간호에 한계가 온 겁니다. 밥시간이 조금이라도 늦으면 낑낑대며 짖던 토토는 그날따라 엄마의 사정을 알아챈 건지, 조용했습니다. 뒤늦게 직장에서 돌아온 가족이 토토에게 밥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 일이 있고,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토토는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물을 먹는 와중에 고개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툭'.
 
토토는 15년여 전 입양한 말티푸 종의 강아지입니다. 이전 가정에서 주인의 손길을 거의 받지 못했는지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팔다리가 심하게 얇았고, 학대 흔적도 보였습니다. 새롭게 가족 구성원이 된 토토는 엄마의 세심한 보살핌과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났습니다. 뽀글뽀글하고 하얀 곱슬 털옷을 입은 토토는 유난히 이목구비가 예뻤고, 성격도 온순했습니다. 얼굴이 콩 세 개를 박힌 백설기 같았습니다. 사랑받은 존재(강아지)는 걸음걸이도 사랑스럽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토토는 5년여 전 심장 판막 이상진단을 받았습니다. 끼니마다 약을 챙겨먹이고, 운동도 시켰습니다. 질환은 노환과 더해졌습니다. 복수로 인해 배가 부풀어 올랐고, 호흡곤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몸을 가누지 못해 기저귀도 했습니다. 자세를 바꿔주지 않으면 욕창이 생겼습니다. 팔다리에 살과 근육이 빠지기 시작했고, 침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노화는 사람과 동물에게 공평했습니다. 매번 끌어앉고, 물에 불린 사료를 먹여야 했고, 트림시켜서 다시 눕히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고통스러운지 밤마다 보챘고, 엄마는 달콤하고 맛있는 두유로 그를 달랬습니다. 병원에서는 안락사를 권했지만 엄마는 "식욕이 왕성하고,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냐"고 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에 달합니다. 저출생, 고령화 그리고 1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 산업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양육비와 교육비가 필요한 아이를 낳기보다 반려동물과 생을 함께하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이겠지요. 그럼에도 명절이나 휴가철, 혹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많다는 소식이 어김없이 들려옵니다. 이렇게 버려져, 유기견이 되고 이는 곧 안락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 입소한 동물은 11만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안락사된 동물은 1만9000여 마리로, 폐사한 동물까지 합치면 입소한 동물 가운데 절반 가량이 보호소에서 죽는다고 합니다. 
 
교사인 한 지인은 학생들에게 가끔 반려동물의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의 사진과 늙고 병들어있던 사진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동시에 반려동물은 가족과 같은 존재로 여기고,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이야기한다고 합니다. 어쩌면 '사람' 형제자매보다 강아지·고양이와 더 친밀해질지 모르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일지 모릅니다. 반려동물의 안락사에 대해서는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반려동물 양육에는 책임과 의무가 반드시 뒤따른다는 점을 인지하고 또 교육했으면 합니다. 1500만에 달하는 반려인구가 반려동물의 아름답지 않은, 늙고 병든 모습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아픔과 끝도 같이 끌어안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이보라 정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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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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