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정부가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공사비 전망을 놓고 업계 반응은 팽팽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건설업계는 공사비 상승의 주요 요소인 인건비와 간접비에 대한 정책 방안이 부실하다며 이로 인한 공사비 상승부담은 여전하다고 토로합니다. 반면 증권업계 등은 이미 주요 자잿값 상승세가 꺾였고,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도 둔화 추세라며 향후 공사비가 하락세에 접어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건설업계, 정부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인건비' 대책 부실 지적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8일 건설 공사비 안정화 방안에 대한 후속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시멘트·레미콘 등 건설자재 시장의 안정화를 위한 수급 안정화 협의체가 10월 14일부터 구성돼 수급 관련 애로사항 해소 및 업계 상생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세워진 시멘트 사일로 모습. (사진=송정은 기자)
이런 정부의 해명에도 건설업계는 자재비 만큼 공사비의 핵심 요소가 되는 인건비 항목에 대한 대책이 허술하다고 지적합니다. 대한건설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반직종 건설 일평균 임금은 2022년 상반기 23만1004원이었는데요. 올해 상반기에는 27만789원까지 올랐습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실시 등으로 건설현장 공기 지연과 인건비 상승에 대한 압박이 크다"며 "여기에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가 민간주택으로 확산되면 전문 인력 사용에 따른 인건비 상승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사비 검증 과정에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나는 부분이 건설현장 노동자 추가수당"이라며 "국토부 기준으로는 건설현장 노동자 특근비용 등 추가 수당이 해당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현장 사업부에서도 이 부분을 반영해달라며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 중 인건비 관련해서 청년층 진입 유인 제공, 외국인력 활용규제·숙련인력 비자제도 등을 검토한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보수와 근로환경이 근본적 해결책이 되는 상황에서 직업교육 등 다른 수단으로 대체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형틀목공 등 내국인이 기피하는 위험공종에 외국인이 들어가는 이유도 결국 금전적인 사안 때문이다. 내국인 유입인력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하면 더 늘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건설현장 '간접비' 반영 필요…공사비 단기간 하락은 어려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간접비도 향후 공사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간접비에는 자재비와 노무비 등 직접공사비 항목을 제외한 기타경비, 현장 근로자 보험료, 간접노무비, 안전관리비 등이 포함됐습니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커질 수록 간접비용이 더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이 항목이 공사비 산정에서 제대로 반영이 안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위원은 "코로나 시기에 경기부양 목적의 공사발주 증가 등으로 자재수급난이 있었고, 물가변동에 따른 자재와 인간비 상승이 지속됐었다"며 "향후 공사비 상승세가 완화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공사비 하락을 단기에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미 정점 찍었다"…공사비 상승률 둔화 추세, "하락 전환도 가능"
반면 증권업계 등에서는 향후 공사비 상승폭 하락 내지는 하락 전환까지도 전망하고 있습니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에 따르면 건설 공사비에서 가장 큰 비중(약 40%)을 차지하는 철근, 시멘트 등 자재비는 전체 공사비 상승률보다 떨어집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서 발표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1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123% 상승했는데요. 반면 같은 기간 철근 가격은 12%, 시멘트 가격은 43%, 건설 근로자 평균 임금은 18% 상승했습니다.
전반적인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고, 이미 공사비가 정점을 찍은 상황에서 하락 전환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사비는 안정되고 있고 비용 부담을 반영한 수주 물량이 매출화하고 있다"면서 "안전진단 면제 등 정책적 지원이 가세하면서 온기를 찾아가고 있는 재건축 수주 시장 또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인천 송도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전문가들도 공사비 상승률이 둔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충분히 하락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사비 최근 상승 추이를 보면 연평균 4% 상승률을 기록해오다 최근 횡보세를 보이면서 1~2%대까지 떨어지는 등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건설투자도 올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다소 감소하는 추세로 전망되고 있어 자재가격 자체가 오를 요인이 많지 않다. 중동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 정도가 유일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