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지난 2021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경선 시절 '윤석열 캠프'가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 홍보에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명태균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해당 조사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무상으로 윤 대통령에게 제공됐고, 이를 반복적으로 활용했다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전했습니다. 또 무상으로 '기부행위'를 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같은 기간 여론조사 중 'PNR'만 콕 집어 'PR'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지난 2021년 8월 2일 '정권교체해 낼 사람 누구입니까?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습니다.
당시 채널 관리자는 윤 대통령의 캠프인 '국민캠프'인데요. 대선 전체 기간 해당 채널을 통해 홍보한 여론조사는 PNR이 유일합니다. 이 기간(8월 2일 기준 일주일 전) 대선 관련 여론조사는 20건에 달하는데 PNR 조사만 홍보 목적으로 사용한 겁니다.
해당 영상에는 <세계일보·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PNR이 2021년 7월 31일 하루 동안 성인 1016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자동응답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해 이튿날인 8월 1일 공표했습니다.
영상 소개 글을 보면 윤석열 캠프는 "윤석열 대통령 예비후보가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에서 35.3%로 가장 적합하다고 조사됐다"고 밝힙니다. PNR 조사에서 윤 대통령은 35.3%의 지지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재명 23.2% 이낙연 16.0%, 최재형 6.9%, 추미애 3.2%, 홍준표 2.8% 순으로 집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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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캠프는 PNR조사의 '가상 양자대결'도 소개하는데요. "내년 3월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 또는 이낙연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양자대결을 한다면 선생님께서는 누구를 지지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로 진행한 가상대결 조사에서 '윤석열 51.6% 대 이재명 37.3%', '윤석열 52.5% 대 이낙연 38.3%'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신뢰수준 95%에 오차범위 ±3.1% 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석열 캠프는 PNR조사를 영상뿐 아니라 2건의 이미지까지 제작해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려 홍보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1년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 공식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올라온 PNR 여론조사 관련 글. (사진=윤석열 대통령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무상 제공 땐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본지는 지난 15일 <"윤석열이 홍준표보다 2% 앞서게 해주이소">라는 단독 보도를 통해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조작한 정황을 밝힌 바 있습니다. 미래한국연구소는 명씨가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져있습니다. 윤석열캠프가 공개한 PNR조사의 조사 의뢰자도 미래한국연구소입니다.
<한겨레 21>도 지난 19일 명씨가 2022년 3월 대선을 열흘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보고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매일 실시했고, 그해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던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건넨 돈으로 여론조사 비용을 충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표본을 조작하고, 윤 대통령에게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만약 윤석열 캠프가 7월 31일 진행된 PNR 여론조사를 명씨를 통해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이를 홍보에 활용했다면 '기부행위' 위반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공직선거법 112조(기부행위의 정의 등)가 규정하고 있는 '예외 사항'에 해당하지 않은 것들은 기부 행위로 보고 있다"며 "또 금액을 지불하지 않은 여론조사를 홍보에 활용했다면 기부행위가 맞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선거때 로고송을 제작해서 재능기부 형식으로 무료 사용이 가능하게 한 경우에도 선관위는 기부행위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명씨가 대가를 바라지않고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더라도 '기부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선관위 관계자는 "다만 여론조사 기관과 의뢰 업체 관계 등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위반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판단은 보류했습니다.
정민영 변호사는 "정치자금법 제3조 2항에 보면 제3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자의 정치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거나 지출하는 경우와 금품이나 시설의 무상대여, 채무의 면제·경감 그 밖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등은 이를 기부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며 "만약 해당 여론조사에 대한 비용을 누군가 대신 냈고, 그 여론조사를 정치 활동에 활용했다면 정치자금법상 기부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의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각 캠프가 명씨와 관련된 업체와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은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편 지난달 30일 시민단체인 '사법정의 바로세우기 시민행동'은 "정치브로커인 명씨가 윤 대통령의 대선 출마 및 당선을 위해 3억 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실시한 기부행위가 있다"며 윤 대통령 부부와 명씨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바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