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갈등 파고드는 이재명 '노림수'

매개체 '김건희 특검법'…'당정 분열'에 가속 페달
'11월 위기설' 덮고…중도층엔 '수권 정당' 메시지

입력 : 2024-10-22 오후 6:05:00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또 한 번 만납니다. 제안은 이 대표 측으로부터 나왔는데요. 공교롭게도 '윤(윤석열 대통령)·한(대표) 면담' 당일이었습니다. 한 대표 측도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4시간가량 남겨둔 시각에, 시기도 구체적으로 조율되지 않은 야당 대표와의 회담 계획을 미리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당정 분열을 통한 여권 흔들기'라는 이 대표 노림수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애초부터 여야 대표 모두가 윤·한 면담에 성과를 기대하지 않았다는 해석입니다. 역시나 이번 대표 회담의 주요 의제는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인데요. 지난 9월 회담은 '빈손'으로 끝났지만, 이번 회담은 다를 수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두 대표는 회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정국 물꼬를 터야 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9월 국회본청 의장접견실에서 열린 제22대국회 개원식 겸 정기회 개회식 사전환담에서 박수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 반등 계기 상실…'용산 고립' 현실화
 
이 대표는 지난 21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대표를 향해 "오늘 면담 잘하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이 발언 직후 약 3시간 만에 "회담에 흔쾌히 응하겠다"는 한 대표 입장이 나왔습니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달 첫 대표 회담을 가졌지만, 여야 대치 국면 속에 의미 있는 성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지난 17일 민주당이 3번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표면적 대치는 계속되고 있는데요.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한 대표는 '여권 최대 리스크'인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해기 위해, 작심한 듯 대통령실을 향해 압박 수위를 높여왔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10·16 재보궐선거 승리를 등에 업고, 힘의 무게추를 자신에게로 옮겨오려 하는데요. 반면 대통령에 대한 부정 여론은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공표된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10월14~18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무선 97%·유선 3% ARS 방식·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4.1%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윤 대통령 보란 듯, 대표 회담…관문 '김건희 특검'
 
여야는 구체적인 회담의 의제·일정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회담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피해 갈 수 없다는 데엔 여야 지도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데요. 친한계 내부에선 한 대표가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제3자 추천 특검안'을 제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대표도 승부사 기질이 있는데,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며 "채상병 문제 때처럼 제3자 특검이라는 해법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여권 입장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탄핵'과 연결되는 매우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독소조항'을 제거하면, 여야 대표 회담에서 협의할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첫 여야 대표회담이 그랬듯 '맹탕'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회담이 양당 대표 모두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회담 제안은 '김건희 특검법'을 매개로 여권 분열을 심화하려는 노림수"라며 "한 대표가 차별화의 폭을 넓혀가고, 이 부분이 지지율로 반영되기 시작하면, 당정 분리는 가속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 대표는 이번 만남으로 '민주당이 투쟁만 하는 게 아니라, 협상·대화도 한다'는 메시지를 중도층에 던질 수 있다"며 "양당 대표가 재차 만나면, 해법이 보이지 않는 특검법에 '빅딜'을 이룰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이 대표 제안엔 제1야당 대표로서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11월 위기설'을 덮을 수 있는 포석도 반영돼 있다"며 "윤석열정부의 실정에도 민주당이 지지율에서 반사이익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번 회담은 여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곧 다가오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메시지를 내야 한다. 당권을 쥐고 정치 보폭을 넓히기 위한 '결단의 시점'이 다가오는 분위기"라며 "이번 대표 회담에서 강단 있는 행보로 용산을 압박할 여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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