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마저 '포퓰리즘'…정부도 기업도 '적자 덫'

한국전력공사 누적 적자 41조…정상화 요원
유류세 인하 폭 줄여도 교통세 부족분 여전

입력 : 2024-10-23 오후 4:47:4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전 세계적으로 전기 수요가 급증하고 러시아·중동 전쟁 등으로 에너지 비용이 치솟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기요금과 유류세를 소폭 조정했습니다. 여론의 눈치를 본 고육지책입니다. 다만 '요금 누르기' 측면이 여전한 만큼 한국전력공사와 재정당국은 여전히 적자 늪에 허우적거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는 결국 미래세대가 떠안아야 할 비용입니다.
 
산업용 '9.7%' 인상…주택·소상공인 '동결'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남호 산업부 2차관과 김동철 한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브리핑을 열고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는 내용의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킬로와트시(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인상됩니다. 산업용 고객은 약 44만호로, 전체 한전 고객(약 2500만여호)의 1.7% 수준이지만 전력 사용량은 53.2%를 차지합니다. 주택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은 동결했습니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소매판매의 경우 약세를 지속하고 건설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일반 국민들이 많이 쓰는 주택용·소상공인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은 우리나라 민생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며 "수출용 대기업 부분에서 고통을 분담하면 좋지 않겠나라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한전에 따르면 국제 연료가격 폭등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22년 이후 6차례 요금 인상과 고강도 자구노력에도 2021∼2024년 상반기 누적적자는 약 41조원(연결)에 육박합니다. 올해 상반기 부채는 약 203조원(연결)에 달해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번 인상이 매출이나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최 차관은 "여러 변수가 있어 수치를 말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도 "안정적인 흑자 기조로 바뀔 것"이라고 전했는데요.
 
에너지 업계와 한전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kWh당 1원 인상될 때 한전은 연간 5500억원의 수익이 개선됩니다. 해당 산식에 이번 평균 인상 폭인 8.5원을 적용하면 연간 4조6750억원의 수익이 개선됩니다. 전체 요금 인상이 아닌 전체 사용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산업용'만 해당되는 만큼 향후 1년 동안 한전의 수익 개선 금액은 2조3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전의 재무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인상 요인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면 요금을 조정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세 저항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은 결국 미래세대에 짐이 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출입기자단에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산업부)
 
유류세 인하 '두 달' 연장…인하폭은 '축소'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처도 연말까지 추가로 두 달 연장됩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유류세 인하 조처를 연장하기 위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시행령 및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11월 '6개월 한시 인하'를 처음 시행한 뒤 12번째 일몰 연장입니다. 
 
다만 휘발유 유류세 인하 폭이 당초 20%에서 15%로, 경유는 30%에서 23%로 각각 축소됩니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을 조정해 휘발유는 리터(L)당 164원(20%) 인하된 656원을 부과하고 있습니다. 경유는 L당 174원(30%) 내린 407원입니다.
 
다음 달부터 휘발유는 L당 698원, 경유는 448원 부과돼 각각 전달보다 42원, 41원 오릅니다. 정부는 최근 유가 및 물가 동향,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과 함께 유류비 부담이 많이 증가하지 않도록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세수 재추계에서 올해 교통·에너지·환경세가 11조2000억원 걷혀 본예산(15조3000억원)보다 4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는데요. 유류세 인하 폭이 현행대로 유지될 것을 전제한 수치입니다.
 
인하 폭이 줄어들 경우 세수 재추계에 대해 기재부 조세분석과 관계자는 "11월부터라서 사실상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건 12월 한 달 정도"라며 "유류세 인하는 아무래도 직전에 유류 소비량이 늘고 직후에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 올해까지는 교통세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고 내년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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