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윤(윤석열 대통령)·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갈등이 전면전 양상입니다. 여권 전체에 있어 '중대 고비'인데요. 이미 지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표결에서 4개의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왔지만, 윤 대통령은 "해볼 테면 해봐라" 식의 반응입니다.
한동훈의 '작심'…"내달 15일까지"
한 대표는 23일 국회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내달 15일로 예정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선고를 거론하며 "그때 우리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국민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작심 발언했습니다.
그는 이어 "그때도 지금처럼, 김 여사 이슈가 '국민 불만 1순위'라면 민주당을 떠나는 민심이 우리에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도 국민의힘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없다는 겁니다.
앞서 전날 한 대표는 친한(한동훈)계 의원들과의 긴급 만찬을 가졌습니다. 그는 윤·한 면담을 두고 "대통령실과 인식의 차이가 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으나, 당 안팎의 논란을 우려해 특검법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은 걸로 전해집니다.
실제 두 사람의 간극은 선명했습니다. 지난 21일 면담에서 한 대표가 여당 이탈표를 우려하자,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이) 헌정을 유린하는 야당 입장을 취할 경우, 나로선 어쩔 수 없다"면서 "우리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약속 있다'며 면담 끝낸 후, 친윤(친윤석열)계 추경호 원내대표와 만찬을 가졌습니다. 한 대표의 요구, 누적되는 친한계 불만은 무시하면서 "반란표가 나오더라도 친윤계 의원들을 통해 진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러나 방어선 붕괴는 곧 다가올 '현실'입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가 끝난 이후, 오는 11월 초 국회 본회의에 김건희 특검법을 안건으로 상정한다는 방침인데요. 또다시 윤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본격적인 장외 여론전까지 나선다는 입장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로 다시 돌아오면, 국민의힘으로선 더 이상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김건희 리스크'에 민심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23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지난번 특검법 투표 때 당 대표가 '이건 절대 통과시키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4명의 이탈표가 있었다"며 "만약 김 여사와 관련해서 계속 여론이 악화한다면 그게 어떤 결과를 맺게 될지 굉장히 두렵다"고 우려했습니다.
전날 한 참석자는 만찬장에 들어가면서 "재의요구권이 오면 국회에서 통과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고 하지 않았는데 '우리 당'으로는 생각하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추경호(왼쪽) 원내대표가 23일 국회 확대당직자회의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향력 커지는 '쇄신파'…이탈표 8명 가능성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친한계는 3번째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반대'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후 재표결로 이어졌을 때 '여당 이탈표' 가능성을 거론하며 대통령실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번 윤·한 회담은 오히려 당정관계 분리를 가속하는 계기가 된 모양새입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결국에는 다 같이 대통령실·정부·여당이 다 잘 되자고 하는 노력이고 제안"이라며 "표출은 못 하지만, 김 여사의 행보에 대해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강한 생각을 가진 의원이 대다수"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친윤계는 혹여나 자기 체면이나 신상에 손상이 갈까, 침묵하고 있다"며 "'대통령께서 야당에 의원들이 동조하면 할 수 없고, 할 테면 해봐' 식의 멘트를 하신 건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 원내 상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맹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각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목소리를 내는 의원들에겐 진심으로 '여사와 대통령의 신상에 잘못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충정이 깔려있다"며 "한 대표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옳고, 또 그 방향을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거침없이 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다음 특검법 재표결에서 8개의 국민의힘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묻는 말에 대해선 "지금 상황이 너무나 가변적이어서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진종오 최고위원은 현재의 당정관계에 대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 같은 기류가 보인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이어 "한 대표에게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선 안 되겠다'고 말씀드리는 상황"이라고 부연했습니다.
진 최고위원은 또 "아직까지 특검법에 구체적인 대응 방침은 없지만, 11월에 이런 일(이탈표) 벌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고 있자는 얘기는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