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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5일 06: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제약회사의 바이오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제약사는 신약 개발과 사업 다각화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바이오기업은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를 기대하는 등 양측 모두 이점을 누리고 있다. 최근에는 제약사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인수된 바이오기업 이사회에 합류하며 경영 참여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제약사의 경영 참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동시에 바이오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IB토마토>는 이사회에 참여한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바이오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경영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IB토마토 김혜선 기자] 사업다각화에서 잇단 고배를 마신
환인제약(016580)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오너 2세인 이원범 대표이사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 인수한
비피도(238200)의 이사회에 입성하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근 주권매매 거래 정지가 해제된 비피도의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고, 환인제약은 비피도의 지분에 대해 자발적인 보호예수를 확약하며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사진=환인제약, 비피도)
이 대표의 비피도 이사회 입성…경영 참여 '본격화'
24일 업계에 따르면 환인제약의 오너 2세인 이원범 대표이사가 비피도의 이사회에 입성했다. 지난 15일 비피도의 박명수 대표이사와 함께 각자대표 자리에 올랐다. 이번 비피도의 이사회 재편으로 박 대표를 제외한 일부 기존 임원진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환인제약은 지난달 13일 마이크로바이옴 개발 기업인 비피도의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아미코젠과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고, 이에 150억원을 쏟아 비피도의 지분 30%를 확보했다. 이후 곧바로 박 대표(지분 1.1%)와 함께 최대주주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업계에서 비피도의 경영 참여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있다. 앞서 환인제약은 중추신경계(CNS) 강자로 불리며,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신사업을 위해 인수한 대부분의 기업이 적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사업다각화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환인제약은 지난 2018년 비알코올성지방간(NASH) 치료제와 화장품 기능 원료를 개발하는 앰브로비앤피의 지분 14.3%를 취득했다. 이후 꾸준히 지분을 늘려 지난해 지분 100%를 확보한 완전 자회사가 됐다. 지난 2020년에는 9억원을 투자해 헬스케어 유통 전문 브랜드인 '애즈유'도 설립했다. 애즈유를 설립한 때부터 환인제약은 지분 100%를 보유했고, 건강기능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 등 다양한 사업의 유통을 담당하고자 했다.
그러나 두 자회사는 부진한 성적표만 이어졌다. 앰브로비앤피는 지난 2019년부터 단 한 번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2019년 1억8264만원 수준이던 당기순손실도 2020년(4억2237만원)을 거쳐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1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이 발생했지만, 이 또한 큰 규모는 아니다.
애즈유는 최근까지도 활발한 신제품 출시 행보를 보이면서 외형성장을 이뤄가고 있지만, 여전히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애즈유의 당기순손실은 2억8350만원이다. 이후 2021년 14억원으로 악화됐고, 지난해(6억3696만원)까지 손실이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3억1433만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며 직전연도 같은 기간(2억8659만원)보다 악화됐다.
탈 많은 비피도지만…지분 보호예수로 경영 의지 보여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한 기업들이 여전히 성장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피도를 인수하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비피도는 최근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해 주권매매 거래가 정지된 바 있기 때문이다.
비피도는 지난 6월27일 자금업무 담당 직원이 지난해 회사 자기자본의 15.6%에 해당하는 80억원 규모의 자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비피도는 주권매매 거래정지에 들어갔고, 상장적격성 실질 심사가 진행된 기간에 환인제약은 비피도의 인수를 결정했다.
비피도의 거래정지 기간 중 경영에 참여한 환인제약은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된 이후 곧바로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같은 기간 횡령 금액 대부분을 회수하는 데 성공하면서 재무건전성을 회복했고, 이에 지난달 30일 상장유지가 결정됐다.
재무건전성 회복 등으로 한고비를 넘겼지만, 환인제약은 비피도의 경영정상화 기조를 이어나가기 위한 또 다른 숙제가 생겼다. 비피도가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 가운데, 상장 이래 처음으로 현금창출력까지 꺾이면서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비피도의 영업손실은 21억원으로, 직전연도 동기(6710만원)보다 악화됐다. 지난 2019년 14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이후 2022년(13억원)을 제외하고 계속해서 적자가 발생했다.
매출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비피도는 지난해 상반기에 89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62억원)에 30.34% 줄었다. 같은 기간 비용 방어에도 실패하면서 매출총이익률은 40.15%(36억원)에서 25.48%(16억원)으로 급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기순손익으로 시작하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음수(-) 전환했다. 비피도는 부진한 실적이 이어진 상황에서도 양호한 현금창출력을 달성해 왔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활동으로 47억원의 현금이 유출되면서 지난해 상반기(34억원)에 양수(+)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해 악화됐다.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남았지만, 환인제약은 오히려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주식 거래 재개가 결정되자 곧바로 소유한 비피도의 주식 245만4000주에 대해 자발적으로 보호예수를 걸면서다. 이에 환인제약은 약 1년간은 비피도와 시너지를 내기 위해 온전히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IB토마토>는 환인제약에게 비피도의 경영 방향 등에 질의했지만 "답변하기 어려운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혜선 기자 hsun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