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음주로 임박한 가운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재 겪는 미중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자국 보호를 위한 산업과 통상 전략의 접근에 차이가 있어 향후 급하게 변화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대응 방식이 한층 복잡해질 것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도록 보조급을 지급하는 조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비판하며 수입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보조금 지급 방침을 바탕으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세운 대미 투자 계획을 재검토해야할 우려가 나옵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집권하면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견제는 트럼프 후보 당선 대비 약화될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집니다.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가로 미국과 일본, 중국 반도체 업체들 사이에서 우리 업체들의 생존 경쟁이 한층 치열해 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미국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대선은 오는 5일(현지시각) 치뤄질 예정입니다. 이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도 달라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만약 트럼프 후보가 당선 돼 보조금 지급이 아니라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자는 발언이 실현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25일 한 인터뷰에서 칩스법에 대해 "그 반도체 거래는 정말 나쁘다. 단 10센트도 내놓지 않아도 됐다"며 "내 말은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해 그들이 와서 반도체 기업을 공짜로 설립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칩스법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지난 2022년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제정됐습니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반도체 생산 보조금 390억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달러 등 5년간 총 527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입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 같은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세계 유수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었습니다.
삼성전자는 현재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투자 규모를 늘려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7000만달러(약 5조2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달러를,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000만달러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가 대통령이 돼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 정책을 뒤집는다면, 지금까지 세운 투자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반대로 해리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리스 측 대선 캠프의 조셉 코스텔로 대변인은 트럼프 후보의 이같은 발언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는 첫 임기 때보다 훨씬 더 극단적이고 불안정한 의제를 갖고 전국 제조업 일자리 수천개를 해체하고 자금을 끊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해리스 부통령은 세금을 내리고 중산층이 앞서 나가도록 돕는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가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책을 적극 옹호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해외 기업들의 미국 반도체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추가 지원책이 나올 확률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반도체 점유율 경쟁은 더 심화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 1기 시기와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미국의 대중 견제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 때문입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해리스 부통령은 반도체 산업의 위험요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전략을 보여 중국 견제를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상대적으로 안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기업과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세질 것. 특히 메모리쪽 점유율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