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땐…한반도 안보 '지각변동'

미 대선 'D-1'…두 개의 전쟁에 세계 정세 '격변' 불가피
북, ICBM 부터 7차 핵실험까지…트럼프, 김정은과 직거래

입력 : 2024-11-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오는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미국 대선은 두 개의 전쟁이 벌어진 세계 정세에 격변의 계기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앞둔 북한으로 인해 한반도 안보 지형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한데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공화당)의 당선 여부에 따라 한반도 정세의 방향도 크게 달라질 전망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해리스 당선 땐 '대북 억제' 연장선
 
3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반도 관련 외교·안보 정책을 종합하면 명확한 차이가 드러납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의 연장선인데요.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동반자인 해리스 부통령의 차기 행정부 대북 정책 초점은 '대북 억제력'에 있습니다. 북한의 불법 무기 개발 자금 차단을 위해 동맹국들과 대북 제재에 나서는 걸 원칙으로 합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하겠다는 전제 하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압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포함해 '워싱턴 선언' 등으로 이어진 한·미·일 협력을 중시합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윤석열정부도 바이든 행정부와 발을 맞춰왔는데요. 해리스 부통령 당선 땐 동맹을 중시하는 현 대북 정책이 연장선 상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 정부로서도 현 기조를 유지한 채 대북 정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최대 크기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형' 시험 발사에 성공한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2025년은 북한의 국방력발전 5개년 계획의 마지막 해로 핵 무력 강화를 위한 신무기 개발은 절정에 이를 전망입니다. 
 
게다가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 참전을 앞두고 있어 차기 행정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 제재에 맞선 북한 역시 북·러 협력을 강화할 뿐, 비핵화를 위한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트럼프·김정은 직거래 땐 '안보 공백' 
 
한반도 안보 지형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집권 1기 때 예측이 어려운 행동과 정책을 내놨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리한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하고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3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평화 국면'을 조성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집권 2기가 도래하면 집권 1기 당시의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시작은 방위비분담금인데요. 한·미 양국은 2026년부터 5년간 적용할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을 조기에 마무리 짓고 총액을 1조 5192억원으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한국을 '머니 머신(현금 인출기)'라고 지칭하며 현재 방위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거래적 관점'에서 동맹국을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SMA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여기에 주한미군 철수 카드가 압박 수단으로 재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 미국 대사 대리는 <미국의 소리(VOA)>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번 협정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행정부를 우회하기 위해 1년 일찍 체결한 합의로 여길 것"이라며 "트럼프가 재선되면 이번 합의를 무효화하고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재협상하려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반도 안보에 결정적인 '지각 변동'은 집권 1기 때 실패한 북·미 정상회담의 재등장이 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거듭해서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백악관에 돌아가면 김 위원장과 잘 지낼 겁니다"라며 "많은 핵무기를 가진 누군가와 잘 지내면 좋은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는 김 위원장과의 '직거래'를 고려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북한과의 대화를 단절한 윤석열정부에 할애될 공간은 없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직거래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 성과를 내고자 한다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북한의 요구가 그대로 수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의 핵보유국 인정과 ICBM 개발에 있어 우리측의 요구는 묵살된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 안보 '공백'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자지구 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조기 종식시키겠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북한 파병에 맞서 살상무기 지원 등 단계적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인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때는 전략 재수정이 불가피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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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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