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불과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주요 여론조사에서 초접전 박빙 구도를 이어가며 막판까지 예측 불허의 판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말 동안 주요 경합 주를 돌면서 막판 세몰이에 나섰는데요. 지지도가 동률을 기록한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부동층을 하나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0%p 격차부터 동률까지…더 줄어든 '격차'
27일(현지시간) 기준 선거 통계 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가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평균해 내놓은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해리스 부통령 48.0%, 트럼프 전 대통령 46.7%입니다. 두 후보의 격차는 지난 10월 초 2.8%포인트였으나 1.3%포인트까지 좁혀졌습니다. <ABC 방송>이 '입소스'와 함께 지난 18~22일 전국 성인 28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등록 유권자 그룹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4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를 각각 받았습니다.
<CBS 방송>과 '유거브'가 전국 등록 유권자 2161명을 대상으로 지난 23~25일 실시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투표 의향이 있는 응답자(오차범위 ±2.6%포인트)의 50%는 해리스 부통령을, 49%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각각 뽑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9월 TV 토론 후 두 후보 간 4%포인트 격차가 있었지만 현재는 1%포인트로 줄어든 건데요. <뉴욕타임스>와 시에나대가 지난 25일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전국 단위 지지율은 모두 48%로 동률이었습니다. 미국 대선이 일주일가량 남은 상황에서, 양 후보가 막판까지 피 말리는 접전을 보이고 있는 겁니다.
경합 주 7곳, 펜실베이니아 주인이 백악관 입성
카말라 해리스 민주당 부통령과 공화당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막판 경합 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유세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은 총 득표수가 아닌 각 주 선거 결과에 따라 확보한 선거인단 수로 대통령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총 538명의 선거인당 중 과반인 270명을 확보해야 승리하는데 각 당 지지세가 뚜렷한 주들을 제외한 경합주 7곳의 선거인단 93명이 선거 결과를 좌우하는 구조기 때문입니다. '경합주 중의 경합주'로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뒤치락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선거 막판까지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펜실베이니아는 19명이라는 가장 많은 선거인단이 걸린 만큼 이곳을 가져간 후보가 백악관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양당 대선 후보와 부통령 후보들은 지난 3개월 동안 펜실베이니아를 50회 이상 찾았습니다. 선거광고에도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요. 미 대선 캠페인 데이터 추적 회사인 애드임팩트에 따르면 두 후보 캠프가 3월6일부터 대선 당일인 11월5일까지 펜실베이니아 선거 광고를 위해 지출한 금액과 지출 예정인 자금은 총 2억1090만달러로 2위인 미시간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입니다.
해리스, 펜실베이니아서 '흑인 남성' 구애 총력전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서부 지역에 위치한 필라델피아 커츠 이발소에서 지역사회 지도자 및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핵심 승부처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얻는 데 집중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 우세로 돌아서자 다급해진 건데요. 그는 이날 필라델피아의 한 흑인교회 예배에 참석하며 "우리가 승리로 가는 길에 필라델피아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게 내가 여기서 시간을 보내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펜실베이니아는 의심의 여지 없이 (대선 승리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발소, 서점, 식당 등을 방문해 바닥 표심을 다지고 유세를 통해 지지층의 투표를 독려했습니다. 특히 젊은 흑인 남성들과 대화하는 데 집중했는데요. 흑인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지만, 해리스 부통령의 흑인 지지는 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보다 낮은 데다, 특히 젊은 흑인 남성의 지지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전날인 26일에는 또 다른 경합 주 미시간에서 팝스타 비욘세, 흑인들에게 영향력 높은 미셸 오바마까지 총출동해 해리스 부통령 지원에 나섰습니다. 오는 29일에는 워싱턴DC 엘립스 공원에서 백악관을 배경으로 한 '최후 변론'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할 예정입니다. 엘립스 공원은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불복 선동 연설을 해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을 촉발한 상징적인 장소인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인들이 누가 1월 20일(차기 대통령 취임식)에 백악관을 차지할지 보고 생각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뉴욕의 심장 찾은 트럼프, 민주당 텃밭서 '자신감'
2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김하늬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진보 세력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뉴욕의 심장부를 찾았습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지지율 상승세에 탄력을 받자 민주당 텃밭인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건데요. 뉴욕은 경합주는 아니지만 지지층 규모를 과시하고 언론의 관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입니다. 트럼프 측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경기장에서 유세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트럼프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지자들의 환호 속에 이날 연단에 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가 사랑하는 도시로 돌아와서 기쁘다"라고 했습니다. 이날 트럼프 집회는 전당대회를 방불케 하는 규모로 이뤄졌습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이 연단에 섰습니다. 특히 그간 선거운동을 하지 않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나와 처음으로 지지 유세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러분의 투표로 11월에 우리는 미국을 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에서 짓고 미국산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7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트럼프 전 대통령 선거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지지자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김하늬 기자)
뉴욕=김하늬 통신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