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씨소프트(036570)가 대규모 인력 감축과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재무구조 회복에 나서겠다고 4일 밝혔습니다.
홍원준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2024년도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분사와 희망퇴직, 프로젝트 정리가 모두 완료되면 본사 기준 인력이 지금 4000명대 중반 이상인데 내년 중으로 3000명대 수준으로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이범종 기자)
이날 홍 CFO의 발언은 엔씨소프트의 어닝 쇼크와 관련이 깊습니다. 엔씨소프트는 2024년 3분기 매출 4019억원에 영업손실 143억원, 당기순손실 26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기존 시장 전망치인 영업이익 85억원(에프앤가이드)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엔씨는 그간 '리니지' IP(지식재산권) 기반 MMORPG로 승승장구했습니다. 하지만 리니지 시리즈는 포화된 MMORPG 시장과 동종 장르의 인기 하락, 다변화된 수요 등으로 매출 하락을 거듭했습니다.
게임 사업의 정체와 고정비 부담은 대규모 권고사직과 분사로 이어졌습니다. 엔씨는 올해 5월까지 권고사직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달 분사 법인 엔씨QA·엔씨IDS를 출범했습니다. 게임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엑스·와이·지(가칭)와 엔씨 에이아이(NC AI·가칭) 등 네 개 법인도 추가 분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분사 인원은 약 780명에 달합니다.
엔씨는 이번 분사로 스튜디오 체제 전환을 본격화합니다. 개발의 자율성과 빠른 의사결정을 보장하는 대신, 책임과 보상을 명확히 해서 본사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겁니다.
홍 CFO는 "본사에서 모든 게 묻혀서 진행해서는 창의적인 콘텐츠의 빠른 전개가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스튜디오 체제는 모든 게 발가벗겨진 상태의 벤처 체제이기 때문에 실패냐 성공이냐, 이런 사치를 누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존 IP의 장르 다각화 전략도 밝혔습니다. 홍 CFO는 "리니지를 MMO로만 남기기엔 잠재력이 크다"며 "리니지나 블레이드 & 소울이나 아이온이나 이 IP를 MMO로만 묶어놓지 않고 신규 장르 게임으로 개발하는 것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분사의 게임 개발 주요 단계는 본사와 함께 밟아야 합니다. 홍 CFO는 "중요한 이슈는 본사의 신작 평가 위원회에서 지속적으로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아 협의해 진행할 것"이라며 "자율성은 있지만 키 마일스톤이라든지 의사 결정은 계속 본사와 논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2025년 '아이온2'와 '프로젝트 LLL', '택탄' 등 신작 다섯 편을 출시할 예정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