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DC=뉴스토마토 김하늬 통신원]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로 끝나면서 미국 전역이 환호와 탄식으로 교차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6일(현지시간)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침묵' 그 자체였습니다. 축하 당선 현수막 하나 보이지 않는 조용한 모습이었는데요. 백악관 근처에 현지 기자들의 모습과 스탠딩 하는 모습,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모습 정도만 보였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트럼프 승리가 믿기지 않는다고 전했습니다.
6일 워싱턴 DC 백악관 앞이 한산하다. 도널드 트럼프 새 대통령을 반기지 않은 듯 'STOP'과 어우러진 백악관 모습. (사진=김하늬 기자)
특히 워싱턴 DC는 압도적인 민주당 텃밭이라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였는데요. 백악관 앞에서 만난 에이버리 잭슨(남, 38세)은 "오는 1월이 두렵다"라며 "워싱턴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이나 인지도가 약했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민주당 텃밭인 만큼 해리스 부통령을 뽑았지만 불안했다는 에밀리 베이컨(여, 56세)은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 도와 열심히 일하지 않았고, 대통령이 되고 싶었겠지만 그만큼의 정책 리더십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한테 시간을 줬다면 민주당이 다시 뺏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울먹였습니다.
해리스 지지자들 탄식의 '아우성'
워싱턴 DC의 분위기는 백악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흑인 명문인 하워드대학교가 있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이기도 한 이곳에서 탄식의 아우성이 흘렀습니다. 이날 오후 4시에 예정된 해리스 부통령의 승복 연설을 찾았는데요. 해리스 부통령은 전날 투표에 이어 각 주별 개표 과정을 거쳐, 자신의 패배가 확정되자 하워드대학 교정에서 승복 연설을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지지자들은 그의 승복 연설을 듣기 위해 교정을 찾았습니다.
6일 워싱턴 DC 하워드 대학교에서 열린 연설에서 카말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승복 연설을 위해 지지자들이 줄서서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김하늬 기자)
특히 대다수의 흑인들이 이곳을 찾았는데요. 하워드대 재학생인 제임스 애덤(남·20)은 "어제 자정이 넘을 때까지 교정에서 친구들과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라며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라고 탄식했습니다. 또 다른 40대 백인 여성은 질문에 묵묵부답하며 "America broke my heart(미국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라는 팻말을 가슴과 등에 붙여놓고 슬픈 표정을 짓고 지나갔습니다.
실제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4시20분께 전날 치러진 대선에서 자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패배했음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원한 결과가 아니고, 우리가 목표로 하고 싸워온 결과가 아니며, 우리가 투표하면서 목표한 결과가 아니다"라며 아쉬워했습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승리를 축하했다고 소개한 뒤 "나는 그에게 우리는 그와 그 팀의 정권 인수를 도울 것이며, 평화로운 권력 이양에 관여할 것임을 밝혔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선거에서 패했을 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이 원칙은 다른 어떤 원칙만큼이나 민주주의를 군주제나 폭정과 구분 짓는다"고 말했습니다.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6일(현지시간) 수요일 워싱턴 하워드 대학교 캠퍼스에서 2024년 대통령 선거를 위한 승복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인, 내년1월 20일 취임식
한편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내년 1월 20일 제47대 대통령으로 취임식을 갖습니다. 미 연방 총무청(GSA)은 곧바로 '잠정 당선인'인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에 대해 사무실 공간과 정권 인수를 위한 각종 행정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 미국 각 주에서 개표 결과가 확정되면 다음 달 11일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수에 맞춰 선거인단 명부가 확정됩니다. 아울러 내달 17일 선거인단 투표가 진행된 후, 다음 달 25일까지 선거인단 투표 결과가 연방의회로 보내지는데요. 이어 연방의회는 내년 1월 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함에 대한 개표와 인정 절차를 밟습니다. 개표는 현직 부통령이 주재하는데, 차기 대통령인 트럼프와 밴스 부통령의 당선을 공식 선언하게 됩니다.
6일 워싱턴 DC 백악관 앞이 한산하다. 도널드 트럼프 새 대통령의 승리 축하 모습을 찾기 어렵다. 트럼프 모자가 진열된 벤치 앞. (사진=김하늬 기자)
워싱턴 DC=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