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예대금리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를 올리거나 높게 유지하고 있는데요.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예금금리를 더 내려야 할 상황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를 줄여야 한다고 경고한 가운데 은행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더 떨어지면, 예적금 수신상품 금리가 더 내려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 현상에 경고 메시지를 내기도 했습니다.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 부담 경감 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 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예대금리차는 대출 금리에서 예·적금 수신금리를 차이를 말하는데, 그 차이가 크게 날 수록 은행 이자마진이 높다는 뜻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은행들은 연이어 수신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반면 가계대출 관리 명목으로 대출금리는 오히려 올리거나 높게 유지하면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0.25%포인트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서 시장금리는 더 하락할 전망인데요. 예금금리와 수신금리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 9월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0.73%포인트입니다. 지난 7월 0.43%포인트, 8월 0.57%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상승했습니다.
은행권은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당국의 비판에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최근 예대금리차 확대는 신규로 내주는 대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이고, 기존 대출은 시장 금리 하락에 따라 금리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9월 국내은행의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24%포인트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지난해 12월 2.53%포인트까지 벌어진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 3월 2.5%포인트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힙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손 대기는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은행들은 신규취급 기준 예대금리차는 확대됐지만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하락세라고 해명하고 있다.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들의 현금자동입출금기 모습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